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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무신불입(無信不立)

 

옛 선인들의 말씀에 ‘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가 없다는 말이다. 믿음이란 곧 신뢰를 말한다. 신뢰를 잃으면 소통도 안 된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를 불통의 시대라거나 불신의 시대라고 말한다.

위정자는 백성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끝내 무너진다. 재벌 총수도 식언을 자주하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은 망한다. 하물며 구멍가게 같은 조그만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온갖 감언이설로 상대방을 속여 한번 거래를 한다. 속은 걸 안 거래자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사방에 다니며 그를 비난한다. 결국 위선자는 사람을 잃고 사업도 망친다. 거짓 위정자는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

고대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임금이 있었다. 그는 주야로 나라가 어지러운 걸 걱정했다. 걸핏하면 백성들이 나라의 법을 어기고, 혹자는 도둑이 되어 남의 재물을 훔치고, 관리들은 임금의 눈을 어둡게 해 나라의 곡창을 빼돌렸다. 이에 임금은 나라를 반듯하게 세워줄 장자방 같은 현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슬기로운 사람은 찾아오지 않았다. 다들 입으로만 떠들었지 실정에 맞지 않는 빈 강정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조정에 한 허름한 비렁뱅이 같은 선비 하나가 찾아왔다. 그는 임금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저에게 나라를 반듯하게 세워 강국을 만들 비책이 있습니다”

“그게 무언가?”

“임금께서 먼저 백성의 마음을 사야 합니다. 민심이 곧 천심입니다. 먼저 백성들로 하여금 신뢰를 사십시오”

“신뢰를 얻자면 어떡해야 하는가?”

“간단합니다. 저에게 나무 막대기 하나와 지필묵을 주십시오.”

선비는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방문을 썼다.

“이 나무를 북문에 갖다 세우는 자는 천금을 주겠다. 이는 임금의 명이시다.”

선비는 나무를 들고 남문 앞에 가서 작대기를 꽂고 방문을 붙였다. 그런데 이를 본 저자거리의 사람들이 모두가 웃었다.

“임금께서 장난을 치는구먼. 천금이 아니라 벌을 받을 거야”

다들 웃으며 지나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성문 안에 한 건달이 술에 취해 지나가다가 막대기에 붙은 임금의 말을 읽었다. 건달이 생각했다. 밑져봤자 본전이다. 심심풀이 땅콩 삼아 내가 저 막대기를 북문에 갖다 꽂아야지.

그는 남문의 막대기를 북문 앞에 갖다 세웠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정에서 나온 신하 하나가 천금을 들고 나와 그에게 주었다. 이를 본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우리 임금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건달에게 정말 천금을 내리셨다.

이때부터 백성들은 임금의 말을 하늘처럼 받들었다. 그 허름한 선비는 그때부터 나라의 법을 엄격히 정하고 이를 어기는 자는 엄하게 다루었다. 상벌을 분명히 가려 법대로 사는 자들에겐 풍족한 양식이 돌아갔다. 당연히 그의 나라는 강대국이 됐다.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은 ‘移木之信(이목지신)’이라고 했다. 나무를 옮겨 백성의 신뢰를 얻었다는 소리다. 이는 신용사회인 오늘날에도 통하는 금언이다.

비록 그대가 조그만 자영업을 할지라도 결코 얄팍한 머리로 상대를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그대의 그 달콤한 목소리에 한번 속은 자는 두 번 다시 속지 않는다. 無信不立(무신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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