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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비밀의 정원’ 성락원

정원(庭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란 뜻이다. 그리고 동서양 모두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한자의 ‘동산 원(園)’이나 영어의 가든(garden), 프랑스어 자르댕(jardin), 독일어 가르텐(garten) 등이 모두 같은 뜻이어서다.

하지만 정원의 역사는 지역이나 문화 특성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다. 스페인은 이슬람풍의 알함브라 정원 같은 중정식 정원 문화를 꽃피웠다. 동양에선 한국의 경우 최고의 민간 정원으로 꼽히는 담양 소쇄원과 같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국은 정자·연못·돌의 인공미를 중시했다. 일본은 단순·간결미가 특징이다. 극소의 정원이라는 분재나 분경(盆景)도 여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한중일 동양 3국의 공통점도 있다. 정원에 반드시 연못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우리와 달리 중국과 일본은 담장을 높게 두른 게 차이점일 뿐이다.

예부터 우리는 정원을 선비 정신과 동일시했다. 정조는 창덕궁 후원을 ‘지혜의 샘’이라고 부르며 자주 거닐곤 했다. 사대부들은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을 정원에 옮겨오는 차경(借景) 문화를 즐겼다. 1800년대 후반 서울 4대문 안 정원이 3천여 개에 이를 정도였다니 선비들의 정원 사랑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정원을 만들고 찾을까? ‘정원에서 영혼의 안식과 영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서’라고 한다. 프랑스 정원역사가 자크 브누아 메샹은 정원을 ‘은둔의 장소이기 이전에 은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장소, 휴식의 장소이기 이전에 각성의 장소’라고 말했다. 녹음 속의 아늑한 평화에서 시적인 영감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원은 생명과 부활, 치유의 상징이다. 서양 의사들은 아스피린 대신 정원 산책을 권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있는 도심 속 별세계 ‘성락원’(城樂園)이 일반인에게 공개돼 20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남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한국 3대 전통 정원’중 하나인 성락원은 매주 월·화·토요일, 하루에 일곱 번씩 단체 관람을 할 수 있다니 한번쯤 ‘비밀의 정원’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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