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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양 사람들은 봄과 여름 두 차례에 걸쳐 성 안팎을 구경하는 풍습이 있었다. 짝을 지어 성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구경도 하고 소원도 빌었다. 팍팍한 삶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풍류를 즐긴 것이다. 특히 과거시험 보러 온 유생들은 장원급제를 기원하기도 했는데 이를 순성(巡城) 놀이라 불렀다. 조선 세시풍속지 경도잡지엔 “도성을 한 바퀴 돌아서 도성 안팎의 화류 구경을 하는 것이 멋있는 놀이인데, 새벽에 출발하여 저녁 종칠 때에 다 볼 수 있다”고 순성 놀이를 적기도 했다.

수원에서도 이러한 성곽돌기가 1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본보가 매년 4월 화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개최하는 ‘화성돌기’ 행사가 그것이다. 올해도 오는 27일 토요일 오전 9시에 개최한다.

정조는 1789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의 화산으로 옮긴 뒤 1794년 2월부터 화성(華城)을 쌓았다. 그리고 2년 7개월 만인 1796년 9월10일 완공했다. ‘화성성역의궤’에 의하면, 성곽의 총 길이는 5744m(4천600보) 가운데 문루, 포루, 포대, 공심돈 등 성벽의 약 739.69m(635보 4척)를 제외하면, 성의 연장은 4950m(3천964보 2척)에 이른다고 했다. 거중기(擧重器)·활차(滑車) 등 근대적인 기기를 사용했고 한국 성의 구성 요소인 옹성, 성문, 암문, 산대, 체성, 치성, 적대, 포대, 봉수대 등을 모두 갖추어 한국 성곽 건축기술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화성은 군사적 방어기능과 상업적 기능은 물론 실용적인 구조로 돼 있어 동양 성곽의 백미로 꼽히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화성복원 및 정화사업은 1973년 ‘화산 대효원 종합계획’이 수립되면서 시작, 1975~1979년까지 급물살을 탔고 지금까지 40년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팔달문 좌우성곽에 대한 복원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외국 학자들은 100만명 이상이 사는 대도시에 이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은 성곽을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부러워한다. 이런 화성을 몸으로 느끼며 봄을 만끽하는 순성행사에 시민의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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