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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시공(是空 )의 세상

 

 

반야계 여러 경전의 정수를 뽑아 반야경전의 중심 사상을 270자로 함축했으며 수백 년에 걸쳐서 편찬되고 반야사상의 핵심을 담은 경전이 ‘반야심경’이다.

완전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으로 ‘지혜의 빛에 의해서 열반의 완성된 경지에 이르는 마음의 경전’으로 풀이한다.

한역본으로는 현장의 것이 가장 많이 읽히고 그의 번역에 의한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현상은 무수한 원인과 조건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며 변하지 않는 실체란 있을 수 없고, 또 변화하기 때문에 현상으로 나타나며, 중생은 그것을 존재로써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주석서로는 신라시대 원측의 ‘반야심경소(般若心經疏)’ 1권과 ‘반야바라밀다심경찬(般若波羅蜜多心經贊)’ 1권, 원효(元曉)의 ‘반야심경소’ 1권, 태현(太賢)의 ‘반야심경고적기(般若心經古迹記)’ 1권과 ‘반야심경주(般若心經註)’ 2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현존본은 원측의 ‘반야심경소’ 1권 뿐이며, 원효의 소는 최근에 복원됐다.

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은 곧 유형‘색(色)’이 무형‘공(空)’이고 무형이 곧 유형이라는 말이기도 하며 물이 기화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모이면 비가 되어 내리니, 만물은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모양이 변해가면서, 입자가 나타날 때는 색(色)으로, 입자가 소멸할 때는 공(空)이 되어 생기 소멸을 거듭하고 있으나 세상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세계만 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지 못한다.

사실 알고 보면, 이 처소 이대로(now here)가 모두 극락으로 이어져 있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에 늘 번뇌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며 색(물질)과 공(에너지), 유와 무, 선과 악의 양변에 머물러 현상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함이며, 바다의 끊임없이 파도가 일었다 물거품이 소멸하듯 파도는 이렇게 생멸(生滅)을 거듭하면서 존재하고 인간사도 생자필멸(生者必滅) 거자필반(去者必返)의 세계다.

현상적으로 바닷물과 파도는 다른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바닷물과 파도가 다르지 않듯, 하늘과 구름, 인간과 자연도 서로 다르지 않은 불이(不二)의 세계이다. 육신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늘 새로운 물질로 교체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진대사가 쉬지 않고 이루어지며 작년, 아니 어제, 혹은 잠시 전(前)의 내 몸이 아님이 그것이다.

파도와 구름들이 물(水)과 하늘로부터 분리될 수 없듯 나의 모습 또한 사실은 늘 다른 모습이면서도 결국 다르지 않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나, 그것이 오늘 ‘나’의 모습이며 나 또한 물처럼 흘러, 구름처럼 흘러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고 물체처럼 시공간에 매여 있는 고정된 내가 아니라, 주변의 인(因)과 연(緣)에 의해 늘 새롭게 ‘되어지는 존재(inter being)’. 그래서 오늘, 또 어디로 ‘흘러 가고 있는 것일까’하고 존재론적 자문을 하게 된다.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오늘도 영원 속의 한순간처럼, 우주 속의 한 원자로 살아가고 있으니 어디서 와서 또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그 영원한 니르바나, 저 언덕에서 손짓하고 있는 피안의 중도(中道)를 다만 지향하고 있을 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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