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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와사보생(臥死步生)

자연과 걷기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예부터 지식인들의 ‘걷기 예찬론’이 수없이 전해져 온다. 루소는 고백론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고 말했고 철학자 니체는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다비드 르 브르통도 걷기를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의 초대”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걷기에 필요한 여가와 자유와 독립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걷는 자가 되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고 하늘의 섭리가 필요하다”는 채근담도 있다.

걷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도 깊어지지만 건강 또한 지켜진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약보다는 식보(食補)요, 식보 보다는 행보(行補)‘란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와사보생(臥死步生), 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종 ‘길’이 속속 등장하고 백세시대 걷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 오히려 걷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30분씩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비율이 2008년 50.6%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엔 40.8%까지 떨어졌다고 해서 안타깝다. 특히 최근엔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더욱 그 숫자가 줄고 있어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걷기가 ‘만인의 건상지킴이’인 것만은 틀림없는가 보다. 실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해서 점심시간에 짬을 내 걷는 ‘워런치(walunch, walking+lunch)족’,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운출족’, 보행 속도와 보폭을 크게 늘리며 걷기 운동에 탐닉하는 ‘워크홀릭(walkholic)족’도 등장했다.

걷기 운동의 트렌드 또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언덕이나 산을 오르는 ‘수직적 등반’이 주류를 이뤘다면 요즘은 스트린 모니터와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수평적 걷기’ 위주로 바뀌었다.

걷기는 분노와 화를 다스리는데도 좋다고 한다. 최근 ‘볼꼴 사나운 일’ 들만 생기는 정치판과 녹록치 않은 살림살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겐 걷기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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