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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위생가설과 ‘A형 간염’

어느 분야나 ‘가설’이 있다. 과·의학에선 경험적인 검증의 과정을 거쳐 참과 거짓의 여부를 가리는 것을 의미해 널리 쓰인다. 이처럼 확인된 가설을 법칙 또는 이론이라고 한다.

“아이를 너무 깨끗하게 키우면 알레르기성 질환에 약해진다”고 하는 위생가설도 그중 하나다. 실제 선진국 어린이의 아토피성 피부염 유병률(20%)은 저개발국 어린이(2%)의 10배고, 형제가 많아 방과 물건을 함께 쓰며 자란 아이들이 아토피나 천식에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면역력은 어린 시절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레 강화되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란 얘기다.

누구나 위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위생에 너무 철저하다 보면 오히려 병에 취약해 질 수도 있다고 한다. 요즘 대표적인 후진국 병인 A형 간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형 간염 환자 수는 2002년만 해도 224명에 불과했으나 올 1월부터 어제(28일)까지 신고된 A형 간염 환자는 총 3천59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67명)과 비교하면 2.4배에 이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A형 간염 환자 수(2천436명)보다도 1.5배 많다. 사망자수도 매년 늘고 있다.

올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환자 10명 중 7명(72.6%)은 30, 40대로 집계됐다. 이는 30, 40대의 A형 간염 항체양성률이 유독 낮기 때문이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당시 20대의 A형 간염 항체양성률은 12.6%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낮았다. 30대가 31.8%로 두 번째로 낮았다. 반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어릴 적 A형 간염을 앓아 대다수가 항체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A형 간염이 생기는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위생적으로 살아온 탓에 몸 안에 항체가 없는 사람이 많아져 그렇다는 사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 부터 면역을 생기게 하기 위해 일부러 비위생적으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생의 역설’을 감안하며 현재로선 철저한 위생수칙 준수가 최상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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