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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홍문지회(鴻門之會)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유명한 ‘홍문지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방과 항우는 함께 힘을 모아 진시황이 통일한 진나라를 정벌하는데 힘을 합쳤다. 그러나 하늘에는 해가 둘이 없고 천하에는 황제가 둘이 없듯이 끝내 항우와 유방은 치열한 경쟁의 상대가 된다.

당시 항우의 군사는 40만이요, 유방의 군사는 불과 10만이었다. 두 장군은 패상이라는 곳에 진을 치고 서로 대치하여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당시 백전백승의 젊은 장군 항우는 그 위세가 유방을 누르고도 남았다.

이에 패왕(유방)의 참모인 장량이 유방에게 홍문에 있는 항우를 방문하게 하는 위험한 계략을 꾸며낸다. 그렇게 하여 일단 유방이 항우의 면전에서 머리를 숙이게 하여 항우의 분노를 가라앉힐 묘책이었다.

그런데 항우의 참모인 범증은 처음부터 이를 의심쩍게 생각했다. 그는 항우에게 계책을 올렸다.

“이번이야 말로 하늘이 내린 기회이니 유방이 오면 반드시 죽이십시오.”

그 말을 들은 항우는 패기만만하여 유방을 죽일까 말까 결심이 서지 않았다. 마침내 유방이 그의 참모들을 이끌고 항우의 진지로 찾아 들었다. 하지만 뱃장 좋은 항우는 유방의 비굴한 모습을 보고 방심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범증은 애가 탔다. 연회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항우의 부하 항장에게 검무를 추게 하고 틈을 봐서 유방을 공격하라고 이른다. 이를 보고 있던 유방의 참모 장량은 유방의 수하 번쾌로 하여금 함께 검무를 추면서 유방을 보호하게 했다.

그때 번쾌의 모습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사기’에는 이렇게 묘사돼 있다.

‘눈은 부라려서 항우를 무섭게 쏘아 보았으며, 머리카락은 위로 치솟았고 눈초리는 찢어 놓은 듯 했다.’

번쾌의 이런 모습을 본 항우도 통쾌하게 번쾌에게 한잔 술을 권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연 듣던바 그대로 천하의 장사로다. 이 말술을 한잔 하게.”

이에 번쾌는 말술을 다 들이키고 칼로 익히지도 않은 돼지고기를 잘라 안주로 먹었다. 이에 항우가 한 잔술을 더 권하며 물었다.

“한잔 더 하겠는가?”

번쾌가 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소신은 죽는 것도 피하지 않으니, 어찌 이 항아리에 담긴 말술을 거절하겠습니까.”

그러면서 항우와 유방의 사이에 틈을 만드는 것은 천하를 위해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문답을 하게 된다. 그 틈을 노려 장량은 유방과 함께 적진을 벗어날 수가 있게 된다. 이를 본 항우의 참모 범증은 통탄하여 말하였다.

“아, 애송이와 함께 천하의 일을 도모하기엔 너무나 부족하구나. 장차 천하를 빼앗을 인물은 반드시 유방이 될 것이다.”

그의 예측대로 나중에 천하는 유방의 손으로 들어갔다. 항우는 힘으로는 산을 뽑을 만하고 기세는 천하를 뒤덮었으나 결국 이 한 번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유방에게 천하를 넘겨주게 된다.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는 골고루 주어진다고 한다. 그 기회를 발판으로 삼는 자와 때와 시기를 놓쳐 소위 ‘루저’가 되는 자가 따로 있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한번 간 세월은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러니 바로 이 순간이 그대에게 닥친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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