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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으로 보낸 사월이 내게는 힘든 사월이었다. 평소 어떤 문제에 봉착을 해도 근심 걱정과는 멀리 지내며 최선을 다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성취감을 느끼곤 했는데 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올 사월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면서 어떻게 해야 사월을 잘 보내나 했다. 그런 사월을 무사히 보내고 오월을 맞이했다.

며칠 전 비가 내리고 나니 큰 산들도 신록이 사랑스럽게 연두 연두 한다. 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새순으로 피어나는 잎은 첫사랑을 닮은듯하여 언제나 이맘때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며 들뜨는데 오늘은 사월을 무사히 보낸 안도감 위에 아침부터 마음을 들뜨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른 아침, 한동네 사는 쌍둥이 아빠가 평소 타고 다니던 차가 아닌 승합차에 쌍둥이를 태우길래 어디가 하니 예, 오늘 집사람도 쉬고 해서 강릉 바닷가 바람 좀 쏘이고 오려고 해요 한다. 그래서 잘 다녀와 하고는 헤어져 사무실로 왔는데 카톡이 까꿍 한다.

지인이 보낸 카톡에 봄 이야기가 담긴 싯귀절과 함께 딸려온 유튜브를 열어놓으니 송창식에 고래 사냥이 힘차게 뛰쳐나오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지 알고 보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신나게 따라 부르기를 몇 번 하다 보니 ‘그래, 가자! 동해바다에 고래를 잡으러 가자! 사월도 무사히 보냈는데 까짓 거 갔다 오자’하며 마음을 먹고는 아내에게 바다 구경시켜줄까 하니 좋다고 한다.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을 거쳐 인제 원통을 지나면서는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을 놓고 어디로 갈까를 이야기하다 넘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진부령을 넘기로 했다. 인제 쪽에서 진부령은 큰 고개 같지도 않게 올라가는 듯 하여 넘는지도 모르게 고개를 넘게 되고 내리막을 타는데 와! 이건 또 장난 아니게 길게 골짜기 골짜기를 누비며 내려가는데 이래서 진부령이구나 싶었다.

아내도 오랜만에 함께하는 외출이라 신이 났고 가진항 바닷가에 도착해서는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데 이런 나들이도 자주 못해주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집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하니 얼른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슬쩍 아내에게 어떻게 할까? 여기서 회라도 먹고 갈까 아니면 수산시장 가서 뭘 사 가지고 집으로 바로 갈까 하니 아내 역시 말은 안 했어도 부모님 걱정이 되는지, 어머니 아버지 가 좋아하시는 문어나 한 마리 사 가지고 집으로 빨리 가요 한다.

고성에서 마땅치 않아 속초까지 내려와서 큼직한 문어 한 마리를 사 가지고 돌아오는데 그냥 이리 가니 서운하지 않아 하고 물으니 아내가 한마디 한다. 이렇게 잘생긴 문어는 처음 먹어 봤다며 방금 전에 삶아서 주는 문어에서 다리 하나만 썰어 달래서 초장에 찍어 먹은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덧붙여 한다는 이야기가 아버지 어머니도 잘생긴 문어를 맛나게 드실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길이 밀릴지 모르니 서둘러 가자고 한다. 급작스럽게 나선 동해바다 구경 나들이였지만 매우 흡족해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고마움이 새순처럼 내 마음속에서도 솟아났으며 새삼 오늘 나들이는 아내나 내게 신록을 닮은 첫사랑 같은 설렘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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