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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다시보기]정치가 링컨의 ‘초월적 리더십’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거물 정치인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슈어드 국무장관, 체이스 재무장관, 베이츠 법무장관, 스탠턴 전쟁장관이 그들이다. 슈어드 뉴욕주지사를 역임한 상원의원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이다. 체이스는 오하이오주지사를 지낸 상원의원으로, 그 역시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미주리 출신 변호사 베이츠 또한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던 거물이었다.

스탠턴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변호사로 민주당 중진이었다. 그는 링컨에 대해 노골적인 증오와 경멸을 드러내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인물이다.

애초에 측근들은 ‘저들을 어떻게 통솔하려고 그러느냐’며 이른바 ‘라이벌 탕평내각’을 반대했다. 실제로 그들은 국무회의가 끝나고, 제 자리로 돌아가서는 ‘내가 대통령 자리에 있어야 하는 데, 깜냥이 안 되는 시골뜨기가 거기 앉아 있다’며 하나 같이 링컨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링컨의 인품과 리더십에 승복했고,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여기에 링컨의 위대함이 있다.

왜 링컨은 통솔불능의 위험을 무릅쓰고 저들을 국무위원에 임명했을까?

무엇보다도 그는 능력위주의 인선을 했다. 엄중한 시기에 말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적 난제들을 누가 잘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인물을 등용한 것이다. 능력은 그렇다 치고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행사하는 데 껄끄럽게 생각지 않았을까? 그 문제에 관해서 링컨은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숫한 실패와 불행, 슬픔을 겪으면서, 그리고 고난극복을 통해 링컨은 이미 충분히 단련된 마음근육과 강한 멘탈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정치행태를 보면 당이나 정파 뿐 아니라 과거의 원한이나 라이벌 관계를 초월했다. 정치권의 이전투구나 권모술수, 잔머리, 코앞의 작은 이득은 자기와는 관계없는 양 초탈하고 달관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적과 정파의 공격에 대해 초월했고,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다. 또한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측근, 특정지역, 특정학교, 특정인맥, 특정부류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리더십을 탁월성에 바탕한 ‘초월적 리더십’으로 부른다.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바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가 순서대로 연방을 탈퇴했다. 커가는 위기상황 가운데서도 그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고, 취임 전 3개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1863년 1월 노예해방을 담은 수정헌법 제 13조가 하원을 통과한 직후 그는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성공에 들떠 흥분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의회가 신성하게 시작한 일을 이제 주의 비준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의 관심은 곧바로 다음 목표로 향했던 것이다.

공적인 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그는 마치 대기권 밖의 사람처럼 누구도 미워하거나, 시기질투하지 않았다. 그런 부정적인 악감정을 초월했던 사람이다. 스프링필드 변호사 사무실 광경은 그의 초월적 행태를 잘 보여준다. 그의 두 아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 서류를 던지고 놀면서 사무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만, 링컨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 신문을 보고 있다. 동료 변호사 헌던은 링컨이 자질구레한 문제는 아예 신경을 안 쓰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했다고 전한다.

링컨은 농사, 가축 키우기, 장작패기, 잡화점 점원, 나룻배 선원 등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하는 일에 대해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주의원 활동을 하면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우체국장, 측량 보조기사, 그리고 다른 잡일을 천연덕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는 평생 가난했고, 돈에 항상 쪼들렸지만 위축되거나 야코죽지 않았다.

탁월성에 바탕한 링컨의 초월적 리더십은 수많은 고난과 실패를 겪으면서 다져진 멘탈경쟁력이었다. 그 중에는 악처 메리 토드와 함께 살면서 단련된 부분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는 초월적 리더십으로 정적들까지 품었고, 그를 폄하하고 경멸했던 사람들의 존경을 이끌어냈다. 젊은 시절부터 철천지원수처럼 맞섰던 그의 가장 큰 정치 라이벌 더글라스는 링컨의 요청을 받아들여 연방분열을 막기 위해 분골쇄신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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