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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최정란

오랜 친구 하나가 찾아와 언니라 부른다 뜬금없이

도대체 그에게 나는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몇 년 만에 만나는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조금 울었고

나는 어깨에 손을 얹고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어느 날 문득 삶이 찾아와 나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도대체 삶에게 나는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삶도 울먹거리는 듯했으나 삶의 어깨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나는 다만 허공에 잠시 손을 얹어둔다

나도 삶의 문을 똑똑 두드리며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문 열어봐 언니, 꽃 피는 언니 가시 같은

언니 실낱같은 언니 한숨 같은 언니 몹쓸 언니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나한테 왜 그랬어 그때쯤이면

봄날의 무릎 위에도 손 하나 얹히겠지 생활의 때가

앉기 시작한 손, 어쩌면 그 손은 아직 삶의 숯불에

데어본 적 없어, 풀어야 할 매듭을 번번이 놓치고도

서툴게 무언가 더듬더듬 쓰다듬으려 들기도 할까

 

 

 

 

어느 날 문득 울고 싶을 때, 누군가 어깨를 감싸주며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주었으면 싶을 때, 나는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아무 연락 없이 찾아가도 왜인지 모르게 안심이 되고 울음을 그치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언니’인가 보다. ‘언니’하고 부르면 무조건 내편이 되어줄 것 같고, 내 하소연을 다 들어줄 것 같아서 내 서러움이 눈 녹듯이 사라질 것만 같다. 이런 언니가 내 곁에 있다는 건 축복일 수 있다. 내가 누군가의 언니가 되기고 하고, 또 누군가는 나의 언니가 되면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팍팍한 삶이 얼마나 살 만하겠는가. 오늘 ‘언니’를 불러보자. 풀어야 할 매듭을 번번이 놓치고 서툴게 또 무언가를 쓰다듬으려는 그 손을 꼬옥 쥐어주자. 봄날이지 않은가.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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