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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의 시선]푸르크루스테스 침대

 

지난주 동안 그리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었다. 패스트 트랙(안건의 신속처리), 사보임(사임과 보임), 사개특위, 정개특위, 급기야는 독재 타도라는 구호까지 등장했고 이어서 특정 야당의 해산을 청원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용어의 내용과 더불어 국회에서 진행되는 문제의 사안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정치에 민감한 국민들 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의 깊은 의미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스러운데 언론에 비춰지는 국회의 소동은 그 본질의 옳고 그름보다 보여 지는 정치적 행태에 대한 식상함이 야당해산의 청원으로 표출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스신화 중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생각난다.

정황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일단은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억지로 고치려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기 것을 고집하는 행태를 이르는 것을 표현하는 일반적 의미로 전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내 것은 옳고 나와 다른 것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 그 자체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하여 고치겠다고 달려드는 독선과 아집의 대명사가 바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주변 곳곳마다 이 침대가 널려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특히 정치인들의 잣대는 국민의 눈높이 보다 자신들의 기준이나 당리 당략 에 따라 바꾸려 하거나,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면서까지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 역시 그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자기 아집과 독선적인 기준으로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려서 본래의 모습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괴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싶다. 조심스런 표현이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의 사회적 분위기가 적폐라는 이유를 들어 프로크루스 침대의 제도적 행태가 일반화되어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많은 구체제의 습관과 제도, 가치관들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모순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우리 사회를 더 청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관습과 제도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하고 개선되기 보다는 그저 단편적으로 적폐라는 침대에 눕혀 놓고, 칼을 든 사람의 기준에 따라,긴것은 짤라내고, 짧은것은 늘리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긴 것과 짧은 것의 잣대는 과연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최적인가? 아니면, 정당하고 공정한가, 누구든 납득 할 수 있는 분류인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적폐 청산의 바른 의미는 오랫동안 쌓여 있는 폐단을 처리 하는 것이고 아울러 훗날 적폐가 되지 않을 것으로 채워야 하는 책임의식도 수반되는 것이다. 그저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내 기준과 잣대에 의해 짜르고 늘리는 행위는 훗날 또 다른 적폐가 되어 엄청난 사회적 기회비용 을 지불해야할 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푸르크루스테스 침대 주인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주인이 가져야 할 가치와 의식은 상식적이고 상대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 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할 것은 프로크루스테스는? 훗날 자기보다 더 힘세고 영리한 테세우스에 의해 남들에게 해 왔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죽게 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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