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교사들의 대규모 교육정책 반대집회가 열렸다. 이는 정부가 온라인 수업을 통한 학점이수를 의무화하면서다. 이로 인해 선택과목 교사들의 신분이 불안해졌고, 학급당 학생 수가 증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 고교학점제를 시행했던 외국에서 최근 교육정보화 환경구축으로 온라인 수업이 허용되면서 기존에 많이 채용했던 선택과목 교사들의 신분 문제가 교원노조의 새로운 투쟁 대상이 된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고등학생의 개인적 진로와 삶을 위한 좋은 제도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이 제도의 추진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정규직 국가공무원 교원제도에서 다양한 과목의 교원 확보가 어렵고, 충분한 교원 확보는 엄청난 예산 지출을 수반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고교학점제 시행시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과목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교사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등학교 교원들을 모두 기간제 교원으로 정하여 필요에 따라 수시로 교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부족한 선택과목 교원을 모두 신규 채용하여 보충할 필요가 없다.

우선 가까운 학교끼리 연합하여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그래도 부족한 교원은 ‘온라인 원격학습지원선터(가칭)’를 설립하여 정규시간에 고등학교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면 된다. 학교가 밀집한 도시지역 학교에서는 인근 학교 간 선택과목을 공동으로 신청하여 수강하는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모든 학교가 서로 다른 과목의 교과중점과정을 운영하여 특정 전문 과목을 개설하면 이를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매주 특정 요일 동시에 자기가 원하는 선택과목 수강을 위해 인근 다른 학교로 등교할 수 있다.

현재 광명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 고교학점제’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도시지역이라 하더라도 학교간 거리가 멀거나 농어촌 및 도서지역 학교에서는 공동교육과정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교사가 없는 선택과목은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개설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때 처음부터 온라인 원격수업을 허용함으로써 많은 교원 채용에 따른 엄청난 예산 부담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광역단위 ‘온라인원격학습지원센터(가칭)’를 구축하여 정규시간에 온라인 원격수업을 실시한다면 현재의 교원만으로도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 과목을 외국보다 훨씬 더 많이 개설할 수 있다. 즉 현재의 학교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선택과목은 온라인 원격수업을 정규시간에 실시하고 담당교사는 전공과 관계없이 교실에서 학생들의 출석과 학습을 관리하고 학생간 토론을 중재하며 학습의 방향을 안내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가 교원 채용으로 인한 예산 부담이나 교원 해고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 없이 외국보다 훨씬 많은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멋진 ‘미래형 고교학점제’를 실시할 수 있는 이유다.

고교학점제 추진을 비판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교시설과 대학입시와의 관계이다.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교과교실, 가변형 교실, 도서실, 학생 휴게실 확보 등이다. 물론 모든 학교가 이러한 최적의 환경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재의 환경에서 조금만 보완해도 고교학점제가 충분히 시행될 수 있다. 시설 환경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약으로 지역의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학교 시설은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다.

고교학점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시 입학을 원할 경우 대학 입학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기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수능시험을 통해 정시로 입학하고자 하는 소수의 학생들의 경우에도 그들만의 집중 수업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