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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이른바 발사체’와 ‘미사일’ 사이

 

북한이 발사체를 쐈다. 북한이 ‘이른바 발사체’를 쏘자, 연합뉴스는 합참의 발표를 긴급 타전하며, 북한이 2019년 5월 4일 오전 9시 6분부터 9시 27분 사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합동참모본부는 40여분 뒤 북한이 쏜 것을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미사일과 발사체는 그 차이가 크다. 발사체의 경우 미사일뿐만 아니라 방사포 등도 포함되는 개념인데, 만일 북한이 ‘이른바 발사체’를 쏠 때 미사일도 섞어 쏘거나, 아니면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발사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행위의 중단을 요구하고 모든 무기체계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남북 간의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우리를 향한 도발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군은 ‘미사일’로 단정 짓는데 신중할 수 있다. 이것이 이런 ‘신중함의 표현’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남북관계를 의식해 ‘미사일’로 판단했지만, 이를 ‘발사체’로 표현한 것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는, 그것이 미사일이든 방사포든, 우리에게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인데, 군이 남북관계를 의식해 ‘언어 구사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10시경 한 번 더 ‘발사체’를 쐈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북한판 이스칸다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량형인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란다. 이 보도에 따르면, 추가로 북한이 발사체를 쐈다는 것을 합참이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만일 추가 발사를 합참이 공개하지 않았다면 이는 ‘언어의 신중함’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안보에 충실한 군의 모습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 국방에만 충실해야 할 군이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은 ‘광의의 군의 정치참여’라고 할만하다. 정치권력을 지나치게 의식해 국방에 관한 사안을 군 당국이 선별적으로 접근하거나, 자의적 해석을 하는 행위는 군의 정치참여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군을 비롯한 정부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야만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이런 신뢰가 높아져야만, 최고의 안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현재 정부는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체를 쐈다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했다고 한다. 주위 참모들이 만류해 분노의 표현을 자제했지만,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행위가 단순한 ‘발사체’를 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생각해야할 상황이 있다. 왜 트럼프의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한 것을 말렸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의 판을 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지금과 같은 대선 정국에서 굳이 부담될 수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이 미지근할수록 북한은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국의 반응은 오히려 여러 의미를 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아마도 자신들이 도발 수위를 높일수록,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곤란해져, 자신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인데, 지금 미국의 반응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북한이 오판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고 잠정 결론지은 것 같다. 전술유도 무기와 미사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무기 전문가들의 주장인데, 아마 우리 정부는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끝까지 쓰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미사일과 발사체 그리고 신형전술유도무기라는 용어들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사뭇 정부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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