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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천년꽃절, 선암사 3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다. 지난 여행에 이어 이번에도 선암사 여행을 계속 떠나보자.

먼저 지장전을 만나보자.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좌우에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협시로 모셔져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들어가 중생들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왼쪽의 도명존자는 우연히 사후세계를 경험하고 지장보살의 협시가 되었으며, 우측에 모셔진 무독귀왕은 사람들의 악한 마음을 없애주는 존재이다.

지장전에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명부의 십대왕이 함께 모셔져 있다. 그래서 지장전은 명부전 또는 시왕전으로도 불린다.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7일마다 한 번씩 심판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심판을 맡은 명부세계의 왕들이 바로 10왕이다. 한마디로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모시고 죽은 이의 넋을 인도하여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전각이다.

이제 원통전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원통전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그래서 관음전이라고도 불린다. 주불로 모신 관세음보살은 우리에게 친숙한 보살님이다. 굳이 불교를 신앙으로 삼지 않더라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라는 문장은 접해 보았을 터이니 말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말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게 돌아가자’라는 의미이다.

관세음보살은 현실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생을 구하는 자비로운 보살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관음의 이름을 부르면 그 목소리를 듣고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에게 복덕을 주는 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구원할 대상에 맞춰 몸이 자유롭게 변화하는 특징이 있는데, 원통전의 관세음보살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고, 얼굴은 약간 통통하며 표정은 근엄한 편이다. 오른손에는 정병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원통전 안에는 ‘대복전(大福田)’이라는 순조 친필의 현판이 걸려 있다. 정조임금은 후사가 없자 눌암대사에게 100일 기도를 부탁했고, 그 이후 신기하게도 순조가 태어났다. 정조임금은 금병풍과 은향로 등의 하사품을 선암사에 내렸고, 후에 순조임금은 이 ‘대복전’ 현판과 함께 ‘인(人)’, ‘천(天)’ 친필 현판을 하사했다.

이 원통전은 규모는 작지만 입구 어간문이 있는 쪽에 기둥을 이어 지붕을 얹은 ‘정(丁)’자형의 독특한 건물형태를 띠고 있다. 입구 처마의 우물천장에는 연꽃과 학이 그려져 있고, 물고기 거북이도 한 마리씩 양각되어 있는 것이 독특하다.

이 원통전의 아름다운 문양은 어간문이 닫혀 있을 때 절정에 달한다. 사분합문으로 이루어진 어간문은 가운데 두 짝은 모란꽃이, 가장자리 두 짝은 빗살문양이 새겨져 있다. 특히 모란꽃문양은 나무 한 그루에 조각한 것이어서 감탄을 자아낸다. 모란꽃문양 아래로는 방아를 찧고 있는 달나라의 토끼와 계수나무가 새겨져 있어 흥미롭다.

불교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토끼가 사찰장식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비단 선암사에서만 토끼 장식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황사 석조부도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를 만날 수 있고, 김제 금산사 보제루에도 한 쌍의 토끼를 만날 수 있다.

토끼와 관련된 불교설화를 만나보자. “여우와 원숭이, 그리고 토끼가 불심(佛心)을 터득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제석천을 찾아 갔다. 제석천은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배가 고프다고 하였고 이에 여우는 잉어를 원숭이는 도토리알을 가져왔으나 토끼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빈손으로 온 토끼는 모닥불을 피워 그 불 속에 뛰어들면서 자신이 익거든 제석천에게 드시라고 하였다. 제석천은 토끼를 가상히 여겨 중생들이 그 유해나마 길이 우러러보도록 토끼를 달에나 옮겨 놓았다. 이렇게 해서 토끼가 달에서 살게 되었다”는 설화이다.

이 불교설화를 떠올리며 원통전 토끼를 바라보니 새삼 토끼가 달리 보인다. 5월, 선암사에서 토끼도 만나고 관세음보살님께도 복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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