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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문화예술의 대중성이라는 함정

 

 

 

언제부턴가 정치인과 관료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문화예술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며 예술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이를 정책적 담론과정을 거쳐 추진하거나 혹은 추진 중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별로 문화예술회관과 미술관, 공연장들이 경쟁하듯 생기지만 정작 담아야할 콘텐츠는 열악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대중과 예술인이 함께하고 공유하는 신명나는 예술 판이 벌어져야할 대형공연장과 미술전시장은 이미 이벤트사가 기획하는 대중공연과 체험마당 등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눈을 세상 밖으로 돌려보면, 영국의 테이트모던과 프랑스의 루브르, 러시아의 에르메타쥬 미술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문화예술 산업을 규모에 맞게 소프트파워를 장착하고 세계인들을 향해 러브콜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치르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세잔, 고흐,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를 보기위해 그 앞에서 끝없는 대기행렬에 기꺼이 합류하고 참여하고 있다.

관에서는 대중문화가 예술의 보편적 가치인양 예술가들을 경제적 논리에 안주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그런 태도는 문화의 고급화를 예술이라는 무늬만 흉내 내서 이를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매년 전문예술단체 혹은 전문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정책과 축소되는 지원금 현황이 이를 뒷받침 한다. 대중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전시성 이벤트가 전부인데도 말이다. 이것은(대중문화) 아니고 저것은(고급예술) 맞다 거나 저것은(고급문화)아니고 이것(대중문화)이 옳다는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굳이 경제적 가치를 대입한다면 대중문화가 국가경쟁력이 되고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일궈냈는지를 K-pop의 예를 통해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고 빠르게 확산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스타산업의 한시성을 넘어서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현실인 반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나 도시재생을 통해 전 세계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일본의 나오시마, ‘오페라 유령’ 같이 문화예술의 고급화를 통해서 얻어지는 가치는 한 국가나 도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적인 가치창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는 지속가능한 문화적 가치를 거시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비용이 손실되는듯하지만 지속적인 경제적, 문화적 가치로 환원시키기 위해선 문화예술의 고급화에 대한 관의 새로운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예술문화의 성장과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을 치르고 경제적 공황을 겪고 있던 영국과 미국이 왜 미술관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는지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중성에 편승하여 예술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은 진보도 아니고 평등도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실험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작가들에게 경제적인 논리를 들이댐으로써 문화예술의 고급화를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이 아니다.

작금의 현실 속에서 예술이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지속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인지 고급문화인지 어설픈 문화 복지 포퓰리즘의 잦대가 아니라 수준 높고 품격 있는 예술문화로 새로운 문화산업의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은 모방을 통해 창조로 간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선 양질의 토양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수준의 문화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정신을 자극하고 기폭제가 되는지, 관은 지원의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서 심사숙고해봐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예술은 머물러 있으면 썩는다! 정확한 정책판단을 통한 물꼬를 터주는 것이 관의 역할이라면 그 답은 이미 판명하게 나타나있다. 관건은 그들의 실행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오늘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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