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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문제는 주민 손으로”… 희망 건져올린 안산 공동체의 힘

 

3년차 맞은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와동, 선부동은 4·16 세월호 참사의 집중 피해지역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대부분이 이 지역에 살고 있었다. 피해 가족들의 고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옆집에서 해맑게 웃던 아이들의 사고 소식을 들은 이웃 주민들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에 잠겼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동네가 슬픔으로 인해 회복 불능 지경에 놓이는 등 침체된 분위기가 지속됐다.

세월호 참사로 도시 전체가 암울한 분위기에 놓이면서 안산시와 시민들은 다양한 회복 방안을 구상했고, 그 결과 2017년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다. 올해 3년차를 맞은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사회적 갈등 치유와 공동체 회복 기반 구축을 넘어 화합과 희망을 향해 달리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상처치유·주민 화합 위해
2017년부터 유가족·지역주민 교류의 장 마련
‘찾아가는 4·16공방 프로그램’ 대표적

마을 만들기 운동도 진행… 3년간 3만여 명 참여
올해도 5개 유형 공동체 회복 사업 20억 지원
안산시, 3년 연장 추진 “새로운 지역혁신 모델”

 

 

 

 

4·16 세월호 참사와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추진된 건 2017년부터다. 4·16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법 조항에는 ▲국가 등은 피해자 및 안산시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 ▲지원 기간은 최소 3년이며, 국무조정실 지원·추모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연장 가능 등이 명시돼 있다. 시는 이를 근거로 3년간 국비 지원 등을 통해 50억 원을 투입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시작은 4·16 참사 피해 유가족과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은 시민 등 지역 주민과의 만남이었다. 첫해 진행된 사업은 모두 12개로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교류의 장, 참사 이후 공동체 성장을 위한 주민참여 포럼 등을 중심으로 ‘상처치유’와 ‘주민 화합’ 등이 핵심 목표였다.

올해로 3년째 진행 중인 ‘찾아가는 4·16공방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피해 당사자인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만들고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로 매듭공예, 자수, 비누공예 등 공방문화를 매개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활동이다. 이곳에서는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희생자 가족이 아닌 지역 주민과 공동체 회복에 나서는 희생자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로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2019’에 초청돼 그간의 활동을 대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올해 추진하는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도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안산 25개 동 주민들과 연계해 자연스레 소통하고 협력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하게 만나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재능을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거나 지역사회 이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굳건히 다지는 것이다.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겪은 아픔을 나누고 유가족의 상처를 치유해 궁극적으로는 시 전체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이다.

안산시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은 “전국 최초로 아픔을 극복하는 재난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마을 만들기 운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전담 조직을 구축해 참사로 아픔을 겪은 유가족과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3만여 명 참여…지역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 해결에 앞장

인구 72만여 명이 거주하는 안산에서 ‘마을’이라는 명칭은 어색할 수 있다. 대도시화로 인한 이웃 간의 단절로 공동체 의식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산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시작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시 전역으로 퍼지면서 공동체 회복이라는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시작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지역주민의 교류는 100여 차례가 넘었고 지역주민 간 만남은 1천여 차례에 가깝게 이뤄졌다.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2017년 첫해 프로그램이 진행된 이후 6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는 88.2%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93.1%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824명이 응답한 지난해 설문에서도 만족한다는 반응은 91.6%, 지속 참여 의향은 89.3%로 조사됐다.

올해도 20억이 투입되는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공동체 회복 마을 살이 활동 지원사업 ▲세월호 이슈 기반 지역혁신 사업 ▲미래세대 성장지원사업 ▲공동체 역량 강화 및 소통증진 사업 ▲성과분석 및 지속화 방안 마련 사업 등 5개 유형이다.

그간 3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3년차인 올해를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시는 최초 3개년으로 계획됐던 사업을 3년 더 연장해 프로그램 정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 간 관계 회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주민이 만드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시정에 도입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시 관계자는 “행정과 주민이 충분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하는 과정은 새로운 지역혁신의 모델이고, 이 모델을 통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경험은 앞으로 주민자치회 전환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스스로 시정·지역사회의 혁신 주체로 활동 큰 성과”

윤 화 섭 안산시장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안산시 공동체 회복사업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서도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혔던 정부의 주요 정책 사업이다. 4·16 세월호 참사로 상징되는 안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의 희망 찾기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공동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2017년 최초 추진 당시에도 세월호 참사의 가치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특화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추진 취지를 살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그간 추진한 프로그램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려 사회혁신 선진사례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



그간의 성과를 요약해 달라.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이 시정과 지역사회의 혁신 주체로 활동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주민 스스로 자기 삶과 공동체 의제를 발굴하고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며 이웃들과 관계를 맺고, 참사로 아픔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모두 프로그램 결과로 얻은 성과다. 이러한 경험으로 주민 모두 서로 돕고 마을환경을 변화시켜 가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 회복은 새로운 사회혁신 모델로 볼 수 있다. 이제 3년차를 맞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성과를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지켜보며 주민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운영 방침은.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의 최초 취지는 4·16 세월호 참사 대응을 위한 것이었다. 그간의 운영 경험은 주민 간 공동체 회복을 넘어 재난에 강한 사회를 만들고 회복력 있는 안산을 만드는 데 기초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와 함께 건전한 공동체 문화를 조성해 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마을 활동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주민 스스로가 문제에 뛰어들어 해결을 하며 성장하게 된다. 그간 운영된 프로그램을 분석해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정책화할 것은 무엇인지 준비하며 보다 발전된 공동체 사업이 추진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다른 지역에도 알려져 또 다른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산=김준호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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