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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내 길로

내 길로

                      /박서원

내 가슴에 칼로 빗금을 그으며

내 길, 비오는 길로 돌아가네

돌무더기의 기원이나 풀 한 포기의 짧은 生

모두 적시는 빗길로 돌아가네

원하고 보니 피 낭자한 길이라서

돌아서려고 했네

하늘에서 내리는 저 비가

내 더럽게 묵은 유리창을 때리네

씻겨내리네

나는 다시 내 길로 돌아가네

 

 

나는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가네. 빈 허공에서 빈 허공으로. 내던져졌던 그 자리로. 빛이 없던 어둠으로. 희망의 찬란함을 보여주고는 이내 소등하는 세계에, ‘칼로 빗금을 그으며(중략) /나는 다시 내 길로 돌아가네’. 꿈의 열차를 오르는 순간 나는? ‘더럽게 묵은 유리창’처럼 더욱 불투명했네. 잠시 뜨거웠네. 하지만 세계는 아무것도 내게 보여주지를 않았네. 간절히 ‘원’함을 품고 보면 ‘피 낭자한 길이라서/ 돌아서’네. 나, 살아서 죽는 것보다 죽어서라도 살고 싶은 것이네. ‘돌무더기의 기원이나 풀 한포기의 짧은 生’처럼 허무한 시간들. 내 길은 다행히 비가 내리고 있으니, 하늘은 비를 내려 때 묻은 나를 말갛게 씻겨주는 것이니, 씻겨짐으로, 식혀짐으로, 돌아섬으로, ‘나는 내 길로 돌아가네’. 알 수 없는 세계여, 드디어 내가 그대(!)를 떠나는 것이네./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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