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仁松시선]예체능인으로 산다는 것

 

 

 

박찬호, 류현진, 박지성, 손흥민, BTS, 유재석, 강호동, 김재동….

열거된 이름들만 봐도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예체능계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모두 각자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현직 예체능 스타들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최고 꿈이 유튜버라고 하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예체능계 스타들이다.

한때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 때 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일이 있었다. 제발 예체능 쪽으로는 가지 말아달라고.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그 분야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이 드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 돈이나 정신은 둘째 치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예체능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희생해야 할 것들이 또 너무 많았다. 즉, 인생에서 한 가지를 얻기 위해 나머지 99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이 분야에서 내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나는 절대로 원치 않았다.

그리고 지금 2019년.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무슨 프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출연진인 강호동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구선수에게 하루 일과에 대해 질문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먹고 자고 연습이 전부입니다.”

역시 어느 유명 야구 선수와의 대담 기사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당시 최고 연봉 선수였던 그가 최고 삭감 대상이 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때 그가 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야구 선수가 어디 가서 한 달에 이삼 백을 벌겠어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출석부 명단에는 있는데 일년 내내 거의 얼굴을 못보는 학생이 있었다. 바로 학교에서 따로 관리하는 운동선수들이었다. 우승이 목표인 그들에게 교실 수업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우승을 해야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연습에만 매진하는 것이다.

우승을 했을 때 메달과 함께 돌아오는 찬사와 수식어는 눈물겹기 그지없다. ‘온갖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고 코트에 아니면 운동장에 피땀을 흘려가며….’ 등.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창 성장기에 있는 그들이 메달을 제외하고 잃어버린 99가지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예능이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구구단을 못 외는 것이 단순 설정일까? 연예인들도 학창시절에 수업 빼먹기는 운동 선수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학교 명예를 빛냈다는 이유로 역시 혜택 아닌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인생사가 항상 꽃길일 수는 없다. 만일 운동 선수들이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경우, 또 정상가도를 달리던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인기가 급락해서 대중들의 시선 밖으로 사라지는 경우, 그들이 정상이라는 하나를 얻기 위해 희생해야 했던 99가지는 그들이 평생 떠안고 짊어지고 가야할 무겁디 무거운 족쇄로 등장한다.

선수들이 혹은 연예인들이 그들의 친구들이 교실에서 배웠던 것들을 전혀 모른 채 사회에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혹은 고등학교 때 프로팀 대신 설사 어찌어찌해서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들 기초 학력이 전무한 그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참고로 외국 스포츠 분야에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메이저리그 휴스턴 투수였던 마크 어펠은 경영과학과 공학 학위도 수료한 수재다. 우리나라에서도 운동 선수가 대학에서 운동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을까? 간혹 주변에서 진로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체능의 경우 재고해보기를 간곡히 권한다.

추신수나 혹은 류현진, 혹은 손흥민 같은 재벌급 운동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관심들이 자연히 높아지고 있는데 본인 여건과 우리나라 사회 구조를 염두에 두고 심사숙고해보라고 권한다.

야구 선수 출신이 어디 가서도 한 달에 이삼 백을 벌기 어려운 우리 나라 실정을 참고해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