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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오월의 하늘, 나의 하늘

 

 

 

우리는 공항에서 헤어졌다. 아무도 다음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50번, 53번 게이트로 각자의 추억이 걸어 나갔다. 낯선 뱃사공의 가락에 맞춰 어머니는 쭈글쭈글한 손뼉을 쳤었다. 사공의 긴 장대가 줄장미를 스치고 하늘을 가를 때마다 구름이 한아름씩 날아올랐었지. 버들가지는 주렁주렁 흘러내리고 물이 그림자처럼 흔들릴 때마다 연거푸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주 특별한 2019년 우리들의 오월 여행은 그렇게 정점을 찍으며 스쳐갔다.

새해 가족들이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무심코 막내가 꺼낸 말이 그 여행의 시작이었다.

“우리, 엄마 모시고 특별한 해외여행 한 번 가요. 옛날에 한 이불 밑에서 옹동그리고 잠들었던 남매들끼리만 오롯이 엄마 모시고 말이에요. 엄마가 많이 행복해하시면 성공적이겠죠?”

언뜻 보아 육남매 애지중지 키워내어 짝 찾아 떠나보내고 홀로 그 집 묵묵히 지켜내시는 어머니를 위한 생각인 것 같지만 어쩌면, 직장에 치이고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에서의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잠시라도 자유롭고 싶은 어린 시절을 향한 육남매의 그리움이 그 여행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야야, 내가 그 때까지 살 수 있겠나?”

걱정을 풀어내시던 어머니는 날짜가 다가오자 감기몸살약도 미리 준비하시고 링거를 맞아 기운도 돋우고 몸 상하지 않게 미리부터 철저히 대비하고 계신 눈치였다. 출발시간에 맞춰 모시러 간 언니가 찍어 보낸 사진 속 어머니는 여든셋을 무색하게 하는 꽃분홍색 블라우스에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알록달록한 스카프까지. 사진 속 어머니께서는 이미 기분이 한껏 들뜬 듯 했다.

장성한 육남매 앞세우고 마음껏 응석을 부리시는 어머니를 보며 육남매 또한 신이 났다. 개구리 잡이에 푹 빠져 지내던 여섯 살적 막내이야기, 아버지의 경운기를 몰래 몰고 나가 개울에 처박고 도망친 열두 살적 둘째이야기, 우물에 빠진 여덟 살적 셋째이야기, 여름이면 도시락 싸서 해수욕장에 물놀이 가서 찍었던 사진 속 가족들의 그 어설픈 비키니 수영복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밤은 짧았고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애써 잠을 쫓으며 끝까지 이야기를 함께 나누시던 어머니께서 우리들 곁에 기대 깜빡 잠드신 모습이 아기처럼 평온해 보였다.

꿈같은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우리는 흐뭇하게 마주 앉았다.

“야야, 니들이 너무 애썼데이. 나 때문에 휠체어 밀고 다니느라고 힘들었제?”

“무슨 말씀을, 엄마가 계시니까 우리는 힘이 펄펄 났는걸요”

“우리 다음에는 가족들 모두 같이 가기로 해요.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이 또 그립네요”

공항을 나와 올려다 본 오월의 하늘은 여전히 그 자리에 환하게 열려 있었다. 해마다 오월이면 어버이날이니 가정의 달이니 하며 가족들을 들먹이고 어버이를 들먹이며 카네이션이니 손 편지니 선물이니 준비하느라 바쁜 척 했었다. 사실 가족이나 어버이는 오월에만 챙길 일이 아님을 마음으로는 알면서도 잊고 지낼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오늘 올려다 본 저 오월의 하늘처럼 늘 그 자리에 계셨지만 틈틈이 올려다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가슴 답답하고 힘들 때만 어머니를 찾은 것 같아 저절로 고개가 떨구어졌다. ‘제게는 하늘같은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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