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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강요된 억압… 여성이 본 女性

‘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김인순, 붉고 엉킨 뿌리 그려
역동적이며 강한 생명력 표현

김유정의 ‘온기’ 첫느낌은 싸늘
스크래치 방식으로 차갑게 표현

송상희, 다소곳함 강요 꼬집어

 

 

 

여성주의를 미술이라는 영역에서 표현하면 어떤 느낌으로 발현될까? 나아가 ‘여성주의 미술’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라는 주제로 ‘여성주의 미술’이 무엇인지 질문을 제시하고 각자 답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여성 작가의 작품을 선별 및 재분류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오는 12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라는 부제에 알맞게 ‘첫 번째 밤’과 ‘두 번째 밤’으로 작가들의 출생 시기에 따라 나눠져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에 김인순 작가의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가 걸려있다.

거대한 크기의 이 작품은 붉은색의 많은 뿌리들이 뒤엉켜 솟아나오려는 듯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 뿌리를 강한 생명력으로 표현했고 나아가 이를 여성의 존재로 병치했다.

뿌리는 나무의 가지와 잎을 지탱해주는 근원이다.

 

 

 

 

또 다른 작품 유혜숙 작가의 ‘무제 1(머리)’ 역시 눈길을 끈다.

흰 바탕에 검은 색의 커다란 머리카락이 그려졌고 곳곳엔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보여 마치 조선시대 여성이 사용하던 ‘가체’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대형화면에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려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만난다고 한다. 세심하게 그려놓은 작품 속에서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언뜻 연상이 된다.

김유정 작가의 ‘온기’는 작품의 제목과는 상반되게 차가우면서 심지어는 싸늘하게 느껴진다.

작품은 숲속이 연상되듯 여러 식물들이 흑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이는 ‘프레스코 회벽에 스크래치’라는 제작방식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식물들을 그려내고, 이를 현대인의 삶과 연결시킨 것이다.

황량한 느낌에 온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 작품은 오래봐야 그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송상희 작가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한 자세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여성이 앉아 있는 특정 자세를 표현한 의자는 오른편 바깥쪽에 무릎을 모으게 하는 두 개의 고리가 있고, 반대편 앞쪽엔 발목을 고정시키는 두 개의 얇은 고리가 있다.

이는 착한 딸이라는 명목으로 여성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강요된 기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바르지 못한 사람이 바라 본 바른 자세인 것이다.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작품들은 여성 작가의 시각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대상에 접근하고 있다.

작품들은 여성주의 미술로 분류될 수 있지만, 각각의 개별성에 집중하면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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