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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정의 달, 의정부 가족의 비극을 보며

지난 20일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50살 남편과 46세 아내, 17세 고등학생 딸이 흉기에 의해 목 부위를 찔리고 베인 채 사망한 것이다. 중학생 아들이 사망자들을 발견했다. 아들의 말을 종합할 때 가족은 최근 심한 경제난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남편이 목제 가구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목공 작업소를 운영했지만 최근 경영난으로 억대 빚을 졌고 부채 이자만 매월 수백만 원에 달해 절망에 빠진 상태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아들은 경찰에 “평소 경제적인 문제로 심각한 대화를 자주 했다” “사건 전날 밤 부모님과 누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비관적인 대화를 나눴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정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신 부검을 의뢰했는데 남편의 시신에서는 ‘주저흔’이 나왔다. 주저흔이란 자해의 과정에서 망설인 흔적이다. 딸의 손등에서는 약한 ‘방어흔’이 확인됐는데 이는 가해자의 공격을 막으려 할 때 생기는 상처다. 딸에게서 방어흔이 발견됐다는 것은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극한상황에서 살고 싶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아들, 이웃 등 주변 진술로 미루어 생활고를 겪던 남편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와 누나가 숨진 처참한 현장을 목격, 트라우마를 홀로 겪어야 할 어린 아들도 걱정이다. 비극으로 끝났지만 이들 부부는 금슬이 좋았다. 이웃들은 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거나 싸우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 화목한 가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이다. 지난 2014년 2월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나 우리사회에 충격을 줬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질병과 극심한 가난에 쫓겨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 자살한 사건이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말이다.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건이었다. 이들은 국가와 자치단체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의정부 가족의 비극은 가난으로 비롯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닮았다. 이처럼 스스로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경제의 양극화 때문이다. 이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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