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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누가 우리의 머리를 비우는가?

 

 

 

어릴 적의 기억은 자라면서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도 자신의 경험을 저장하는 기억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잊힌 어릴 적 기억 또한 회상하지 못할 뿐이고 신경세포 어딘가에 저장돼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아기들도 경험을 저장할 수 있지만 기억은 빠르게 사라졌다. 생후 3개월 아기는 1주일 정도 밖에 모빌에 대한 기억을 유지하지 못했다. 돌이 지난 아기는 두 달 이상 기억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나이가 들수록 점차 기억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

오래 전에 들은 얘기 중에는 아기 때는 전생의 기억과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어 자주 운다고 했다. 고생할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면 근심 때문에 울고 영화롭게 살 사람은 그들을 음해하는 안티세력 때문에 운다고 한다.

그러나 아기가 점차 자라면서 밥을 먹게 되는데 밥을 먹으면서 같이 먹게 되는 국이나 반찬에 들어 있는 염분이 전생의 기억을 지운다고 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지능력도 점점 약해진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근거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과학적으로 입증 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해도 그 당시에는 꽤 그럴 듯하게 들렸다.

기억은 신경세포에 일대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뇌 영역에 걸친 신경세포들의 활성화 패턴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기억을 도울 수 있는 다른 인지기능의 발달도 영아기 기억상실에 영향을 끼친다. 동물원에 다녀온 성인은 “동물원에서 사자도 보고 기린도 봤다”라고 중요한 정보 중심으로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지하철을 탔고요 하면서 동물원을 가는 과정과 돌아오는 길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를 기억한다.

언어를 사용해 기억을 더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기억을 회상하고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학습해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점점 기억을 잃고 있다. 오래전의 기억은 되살릴 수 있는데 최근의 기억은 까마득히 잊고 산다. 그 사례는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유아기 때의 경험이 아니라 성인이 된 다음에도 우리는 기억의 저장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기계의 발달은 우리를 기억하게 하지 않는다. 뇌 속의 기억장치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서 길눈이 어두워지고, 노래를 부를 때에도 가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진다. 노래방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우리는 가사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고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면서 가까운 사람의 전화번호를 몰라도 된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의 머리를 비우고 우리는 그들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우리의 뇌세포가 매일처럼 죽어도 우리에겐 자동차의 스피어타이어처럼 우리 뇌의 30%는 사라지는 기억을 살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명의 편리함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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