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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서쪽으로 뜨는 해

서쪽으로 뜨는 해

/이복순

머리에 뽀얀 먼지는 켜켜이 쌓이고

무릎은 빈 수레 소리로 울기 시작이다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도 모른다



종료 나팔 불어줄 심판은

불쑥

초침을 잴 것이다



급정지

그림자가 내 키를 훌쩍 넘은

지금은

하루 중 가장 좋은 저녁이다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 시가 있는 고요아침 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중에서

 

 

 

 

시인은 익숙한 작은 거인이다. 그것은 남다른 방식으로 길을 모색한 여정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정신의 그믐에 앉아서 아주 오래된 문밖으로 외출한 심연을 끌어올린 작의적인 진술들이 파노라마처럼 읽혀진다. 삶이란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갔고, 시인의 길에서는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미로의 길을 접어선듯하다. 그 미로는 생명에 대한 예지일 수도 있고, 현재 진행형인 만학의 길에 머무는 과제로 남는 여행이기도 할 것이다. 하루 중 긴 여정을 넘긴 저녁 날, 서쪽으로 뜨고 지는 해의 달관이 부처님의 가르침의 성찰이 아니겠는가? 너도 나도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에 그냥 입을 다물어 버린 사람들의 무기력한 침묵의 언어들이 인간 본성의 어둠을 집요하게 묻고, 또 물어도 해는 지고 달은 뜬다. 시인의 시집 첫시집 ‘서쪽으로 뜨는 해도 아름답다’ 출간을 축하한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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