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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고리대금업자

 

 

 

천석꾼의 토지를 가진 한 고리대금업자가 살았다. 그는 철마다 양식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았다. 그에게 양식을 빌린 한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보릿고개만 되면 그를 찾아가 양식을 빌렸다. 그게 자꾸 밀렸다. 열 가마니가 스무 가마니가 되고…. 그러다 보니 그 가난한 농부는 고리대금업자로 부터 풀려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갚을 길이 없었다. 고리대금업자가 생각했다. 저놈은 갚을 수가 없는 놈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내나. 마침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가난한 농부에게는 딸 하나가 있었다. 방년 십 팔세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였다. 그는 그 예쁜 딸을 첩으로 들여 놓기로 했다. 하루는 그 가난한 농부의 움막을 찾아갔다. 부녀를 집 앞의 자갈 바닥으로 불러냈다.

그리고는 그의 계략을 얘기 했다.

“어차피 자넨 돈을 갚을 수가 없어. 안 갚으면 콩밥을 멕일거야. 그게 싫으면 자네 저 딸을 두고 계약을 맺자”

“무슨 계략이요?”

“내가 이 주머니에 여기 작은 돌 두 개를 넣을 거야. 자네 딸이 이 주머니에 있는 돌 하나를 꺼내서 그게 검은 돌이면 자네는 딸을 나에게 주고 빚은 안 갚아도 돼. 그런데 자네 딸이 흰 돌을 집어내면 자네 딸은 내 첩으로 오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빚은 갚아야 혀. 그게 싫으면 감옥으로 가게나”

농부가 생각했다. 이리 해도 저리 해도 난색이었다. 만약 그대가 그 가난한 농부였다면 어느 쪽을 택했을까? 당신이 그 농부라면? 난감한 농부가 딸에게 의사를 물었다. 딸이 대답했다.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

가난한 농부는 장고 끝에 그 지독한 고리대금업자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그 교활한 고리대금업자가 발밑의 자갈 두 개를 골라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얼른 집어넣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딸은 고리대금업자가 검은 돌 두 개를 감쪽같이 집어넣는 걸 눈치 챘다. 고리대금업자가 딸에게 말했다.

“흐흐흐, 네 손으로 하나를 골라내렴”

딸은 스스럼없이 주머니에서 돌 하나를 집어내더니 실수인 냥 돌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돌은 자갈밭으로 떨어져 구분을 할 수 없게 됐다. 딸이 말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허지만 주머니에 있는 돌을 보십시오. 그 돌을 보면 제가 집어낸 돌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하여 딸은 그 교활한 늙은이의 첩 노릇을 하지 않게 됐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이런 위기가 수없이 찾아온다. 죽을 고비도 온다. 그렇다고 다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해결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때로는 뜻밖의 기회가 위기를 벗어나게 한다. 그러니 오직 한 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태 그것만 보고 전전긍긍 하지 말자. 곧 죽을 것 같지만 살길이 나오기 마련이다. 위기에 처했다면 조금만 돌려 생각해 보자. 때로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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