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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슬픔에 관한 짧은 리뷰

슬픔에 관한 짧은 리뷰

/이채민

피가 그을리고 쪼그라진 심장에 물집이 생겼다 혈관을 뛰어다니던 피들도 조용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많은 전쟁에도 끄떡없던 내 안의 교회와 성당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구의 뼈가 부러졌는지 바람도 나도 많이 흔들거렸다



생의 중심에 고여 있던

너를 비워내는 일이

나무와

돌과

새들이

우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슬픔은 기쁨만큼이나 가장 기본적인 체험의 정서이다.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호흡이 완만해지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흔히 눈물을 흘린다. 무력감과 함께 허무감이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꽃이 지거나 가을만 되어도 비애를 느끼며 울기도 한다. 슬픔이 심화되면 스스로를 외부 세계와 차단한 채 내부로만 빠져들어 극단적으로는 자살에 이르게까지 한다. 슬픔을 가장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석판화 ‘슬픔’을 들 수 있다. 잔뜩 웅크린 채 얼굴을 파묻고 비탄에 잠긴 나체의 여인은 슬픔의 실체를 그대로 웅변한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벗겨진 알몸과 얼굴을 완전히 팔과 무릎에 파묻고 울음 우는 형상은 비애로 가득 찬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절히 보여준다. 시인은 지금 슬프다. 아니 아프다. 피가 그을리고 심장이 쪼그라들고 마음에는 금이 가고 물집이 생겼다. 쿵쾅거리던 피들도 순환을 멈추고 영혼의 기둥은 금이 간 채 흔들린다. 사랑이 빠져나간 후에 일어나는 몸의 증상들이다. 아아, 그러나 어쩌랴, 빛나는 사랑은 필연적으로 이별의 아픔을 수반하는 것을!/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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