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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다른 시각에서 ‘진상민원’ 보기

 

 

 

 

 

‘진상민원’이란 행정처분 등에 승복하지 않고 자기 의사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시간 반복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민원을 말한다. 진상민원은 속어이고 정부의 민원행정 지침은 ‘고질민원’ 또는 ‘특이민원’이라고 칭한다. 진상민원의 특징은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고 장시간 민원공무원과 대화하려고 고집하며 때로는 고성까지 지르며 해당 공무원 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인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상민원이 선과 악의 측면에서 악으로만 간주되는 것에는 재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진상민원 발생원인을 보자.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부문 고질민원 대응매뉴얼’에서는 민원인 입장에서 보는 민원발생 원인으로 민원 초기 단계에서 공무원의 대응 소홀,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의사소통 문제, 처리기관에 따라 동일유사 민원의 처리결과가 다른 점, 공공기관의 선제적인 민원서비스 환경개선 노력 부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논리에 대해 민원인을 돕는 행정사 직업을 수행하면서 보다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다. 필자가 지난 1년여 동안 행정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심각한 문제점으로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를 잘 모르고 민원인의 처지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필자 나름대로 판단해 보건대, 잦은 인사이동과 인성 및 소양교육 소홀에도 원인이 크다.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두 달 전 청소년복지 사단법인이 경기도에 정관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부서에서는 민원처리기일 넘겨 반려를 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정관변경을 위해서는 사단법인 사원 2/3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민법 제62조 규정을 제시하며, 비록 법인의 정관에 사원총회 대신 대의원총회로 갈음하는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30명 전체 사원이 모여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

하지만 이 법인이 과거에도 자체 정관에 따라 같은 부서로부터 수차례 정관변경 허가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담당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행정기관의 카멜레온 같은 태도에 민원인은 분노하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는 행정법 원칙의 하나인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민원인을 돕고 있는 필자는 대의원총회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예규와 다른 유사 사례들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민법 제68조, 72조, 73조, 75조를 근거로 대의원제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바,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사)대한노인회, (사)한국건설기술인협회, (사)대한행정사협회 등 무수한 사단법인들이 대의원총회로 사원총회를 가름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정관변경허가서를 제출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이 사안에 대해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만 말하고 있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진상민원이 행정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진상민원은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철저하게 해당 사안과 관련된 제도와 담당 공무원의 대응방식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하고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부문 고질민원 대응매뉴얼’은 이들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행정기관의 불합리한 제도개선, 민원담당자의 민원처리 역량 개선, 자기 성장의 기회제공, 행정기관의 감시통제 강화 등을 순기능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어떻게 오셨나요?가 아니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고 대응하고, 민원처리가 가능 반 불가능 반이면 가능한 방향으로 처리하도록 태도를 바꾸었으면 한다.

민원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기업무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민원인을 배려하는 연민(compassion), 그리고 경청하려는 ‘준비된 인내심’이다. 감사원도 민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처리했을 경우에 커다란 결함이 없으면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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