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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문을 열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문들을 열고 닫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문을 열고 화장실 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방문을 열고 가족들과 하루가 시작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서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된다.

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다. 회전문에 들어서면서 잠시 긴장이 된다. 둥근 원 안으로 들어섰는데 회전하던 문이 멈추면서 순간 당황했고 뒤에 있던 사람이 문을 밀자 회전문은 돌기 시작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어찌할 줄 몰라 했을 것이다. 별 것도 아닌데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많은 문을 접하고 산다. 어릴 때는 마당 넓은 집의 사립문을 열었고 청소년기에는 자물쇠를 채우는 문을 사용했으며 지금은 번호나 지문인식 혹은 카드를 대면 열리는 디지털 도어 록을 많이 사용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며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생활이 급격히 늘면서 공동현관 문도 거주자의 도움이 없이는 출입이 곤란하다. 잡상인이나 입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이기도 하다.

우리 자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먼저 열어젖히고 마당과 골목을 쓸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주인이 들일을 나가거나 외출해서 집을 비울 때는 대문을 지긋이 닫아두면 이웃에서 넘겨다보며 살펴주곤 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 문이다.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드물게 정낭이 남아있는 곳이 있다. 대문 대신 정주석과 정낭을 설치해서 사용했는데 구멍이 세 개 뚫린 정주석을 마당에 양옆에 세우고 기다란 나무를 구멍에 끼우는데 이것을 정낭이라고 한다.

정낭 한 개를 걸쳐 놓으면 주인이 잠깐 외출한 것으로 금방 돌아오겠다는 뜻이고 두 개가 걸쳐져 있으면 오랜 시간 외출한다는 의미이며 세 개를 모두 걸쳐 놓으면 출타 중으로 그 날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개가 모두 걸쳐 있으면 이웃이 가축을 돌봐 주거나 집을 살펴봐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으로 정겨운 풍습으로 조상의 지혜와 이웃 간의 신뢰와 믿음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대문을 열어 놓고 살기보다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공동주택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만이다. 대부분 맞벌이로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웃 간의 화합보다는 개인적인 사생활을 중시하다 보니 공동생활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대화를 하거나 소통하기가 어렵다.

알림장도 대부분 공동게시판을 이용하고 경비원을 통해서 의사표시를 하게 된다. 문이 서로의 문이기보다는 나만 편하면 그만인 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문도 닫혀가고 있다. 대화가 단절되고 타인의 접근을 두려워하거나 망설이게 된다.

사람과 소통하기보다는 혼자 놀고 즐기는 놀이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기성세대의 이런 변화에 따라 아이들 또한 혼자 즐기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열린 문이 아닌 닫힌 문에서 유아기나 청소년기를 보내고 사회에 나왔을 때 이들 또한 닫힌 문을 선호하게 되고 그 안에서 평온을 얻게 될 것이다. 문은 두드릴 때 열리고 열릴 때 환해진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과 소통해 보자. 오월 장미가 꽃 문을 활짝 열고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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