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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여림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리도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라는 걸.

- 여림, ‘안개 속으로 새들이 걸어간다’ 중에서

 

 

 

 

이러한 사랑의 순정성.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저것이 ‘사랑’이야. 사랑일꺼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나이는 몇 살쯤일까.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새’의 돌봄에 주목하는 사랑의 층위. 여림은 주로 홀로였을까. 그는 ‘함께’ 견뎌내는 마음을 사랑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주체는 “그리운 사람”을 멀리에 두고 농밀한 감정을 견디는 존재이다. 먼 곳에서 조금씩만 미워하자는데(‘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여림의 시 세계 속에서 사랑은 결국 고통으로 묶인다. 어떤 질문은 타자를 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향할 때 더욱 비극적이다. 왜 하필 너일까. 설명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멈출 수 없는 고통. 마침내 그는 “면도날로 여러 갈래 손목의 핏줄을 자른” 누적된 절망들을 결산했다. 사랑의 감정을 모조리 소진하는 주체. 이 순정한 태도는 결국 불행의 징후로서의 순진성이었을까.

/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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