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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 잡동사니 자세히 보아야 빛난다

 

 

 

소쿠리·플라스틱 용기·주전자· 빗 등
잡다한 물품 A~F섹션별 나눠 전시

시민참여 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
예술작품 ‘빛의 묵시록’으로 재탄생

‘탑’ 형상화 작품들로 가득찬 C섹션
예술적 지향 가치 엿보이는 E섹션 등
일상과 예술, 예술과 비예술 경계 느껴


‘최정화, 잡화雜貨’(아트스페이스 광교)

예술은 딱 뭐라고 규정하기 힘들지만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느끼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물이 지니고 있는 본래적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

특별히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하거나, 보통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물건으로 이목을 끌 필요도 없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플라스틱 생활용품, 혹은 추억에 젖게 하는 낡은 옛 가구와 도구들, 심지어는 하찮게 버려지는 일상 소비재로 각각의 개별적 특성을 인지하고 공간이 지닌 감각적 함의를 활용해 전체적인 조화나 부조화를 이뤄내면 예술이 된다.

 

 

 

 

오는 8월 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개최하는 세계적인 미술가 최정화의 설치 프로젝트 ‘최정화, 잡화雜貨’는 익숙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예술적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체득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A섹션부터 F섹션까지 나눠져 일상에서 빛나는 모든 존재들을 전시해 놓았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초록색의 플라스틱 소쿠리로 탑을 만든 24개의 ‘오뚜기 알케미’부터 시작해 전시관 내부는 우리 곁에 있거나, 곁에 있었던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일상생활에서 쓰는 잡다한 물품, 즉 잡화이면서 예술품이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빛을 반사하는 은색 바닥 위에 스탠드 수백 개가 불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빛의 묵시록’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예술가라는 것을 강조하듯, A섹션에 위치한 이 작품은 시민참여 공공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를 통해 만든 작품으로 서로간의 연결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다.

취지만큼이나 특이한 이 작품은 소재 특성상 많은 빛이 쪼개지면서 반사해 왠지 모르게 어두운 곳곳을 밝히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밖에 쓰다 버려진 철제 그릇, 주전자,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 등을 연결해 만든 ‘타타타’와 세상의 모든 빗들을 모아 놓은 ‘빗, 움, 빛’, 그리고 이름 모를 잡화들이 즐비해 각각의 위치에서 빛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전시관에 잡화들로 탑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았다.

모양은 제각기 다르지만 ‘나의 아름다운 21세기’와 ‘눈이 부시게 하찮은’, ‘미세먼지, 기념비’, 그리고 돌이나 베개로 높이 쌓아둔 작품들이 그런 경우이다.

특히 C섹션에 들어서면 앞서 언급했던 일부 ‘탑’ 작품들을 포함해 온통 탑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C섹션은 ‘눈이 부시게 하찮은’의 끊임없이 돌아가는 눈부신 미러볼 탑처럼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느낌과 ‘회화’, ‘의자 Collection’, ‘추사, 민화’ 등 거대한 돌이나 철제그릇을 이용한 탑의 정적인 느낌은 최 작가가 주목하는 움직임과 고요함, 상반된 것들의 공존, 부조화의 조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 작가의 일부 작업 활동 이력으로 그가 예술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은 E섹션이다.

 

 

 

 

E섹션에는 그의 소품을 이용한 작품들을 포함해 그에게 영감을 주는 사진들이 다수 걸려있다.

미세한 것을 보고 현저한 것을 알아내는 통찰을 지닌 최 작가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전남 화순과 순천, 서울 마포, 제주도를 비롯해 터키, 중국, 인도 등을 다니며 시멘트의 딱딱함을 이겨내고 피고 있는 풀 한포기와 나무 한 그루를 포함해 해외에서 거대한 자연의 규칙적 혹은 불규칙적인 풍경들을 찍으며, 존재의 무한한 확장을 열어내 시각화하고 있었다.

최 작가는 F섹션에도 ‘천개의 문’이란 사진들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사진들을 게시해 놓았는데, 그가 찍어 놓은 모든 사진들과 전시관의 잡화들을 비교하면서 관람하면 어딘지 모를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탑의 형상을 포함해 형형색색의 작고 하찮은 물건들이 만나 얽히고, 통하면서 이뤄내는 부조화 안의 지극한 조화이다.

전시관의 작품들은 확실히 일상과 예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작품 하나, 하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예술’처럼 빛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정화, 잡화雜貨’ 전시관은 그 빛들이 모이고 엮어져 커다랗고 찬란한 빛을 내 예술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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