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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협탁이 있는 트윈 베드룸

 

 

 

협탁이 있는 트윈 베드룸

/남궁선

휴게소에 가면 비우는 것이 있지
널 이해하고 싶은 편견
한낮 텅 빈 여행지의 숙소를 사랑해

영문판 불경과 성경이
협탁 위에

상처받았다고 믿는 습관은
위와 폐에 나쁘고
미의식이 결여된 제복이라지

비어있는 가구와 서랍
서랍을 열어보는 사람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 사람
서랍이란 말이 쓸쓸한 사람

너와 나 사이에
협탁
이란 말

-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중에서

 

 

 

 

‘널 이해하고 싶은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너를 이해하기 위해 편견을 가져야만 했다는 말이다. ‘나’의 견해를 버리고 편견을 가져야만 ‘너’를 이해할 수 있다니,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떠오르게 한다. 사실, 서랍을 열어보는 ‘나’와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 ‘너’처럼 사소한 행위의 근거조차 해명되지 않는 게 사람살이의 관계인데, 어찌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너와 나 사이에 놓인 협탁을 편견으로 치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면 어떨까. 불경도 성경도 모두 성스러운 경전으로 통(通)하고 있듯이.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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