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청소년에겐 자극적인 ‘노동 토론’… 결국 중단

‘생애 첫 노동을 인간답게’ 주제
도내 4개 특성화고 학생들 참석
발제·의제 부정적 측면만 강조
“이럴 줄 알았다만 참가 안했다”
실망한 아이들 순식간 퇴장

30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 청년·청소년 노동권익증진 토론회’가 개최됐다.

‘생애 첫 노동을 인간답게’를 주제로 경기도가 주최했다.

토론회에선 도내 청년, 청소년,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보고와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발제에 이어 4가지 의제를 놓고 분야별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분야별 의제는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청년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건과 관련한 태도와 입장, 산업재해 인식, 청년·청소년 노동문제 사례와 개선점, 지난 3월 문을 연 경기도노동권익센터 운영 현황 등이다.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는 삼일상업고등학교, 삼일상업고등학교, 수원정보과학고등학교, 수원하이텍고등학교 등 도내 4개 특성화고 학생 2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참가자들은 ‘생애 첫 노동을 인간답게’ 주제와 관련, 피켓을 들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를 선언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하지만 토론회는 퍼포먼스로 그쳤다.

퍼포먼스 직후 도내 청소년 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보고와 관련된 발제가 시작되자 참여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

토론회장을 빠져 나온건 발제와 의제 내용 등이 자극적으로 학생들이 노동에 대한 긍정보단 부정적 인식을 키우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같은 판단을 한 데는 주최측에서 특성화고 졸업생이 겪는 노동현실에 대해 ▲전공과 관계없는 업무 배치 ▲특성화고 졸업생이란 이유로 받는 차별과 무시 ▲스스럼 없이 일삼는 성희롱과 성추행 등 ▲동일 노동수행에도 심각한 임금격차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자 산업재해 및 사망사건 등 자극적 사례로만 구성했기 때문이다.

당초 토론회는 특성화고 학생이 아닌 도민이 대상이었다.

대상이 도민에서 특성화고 학생으로 변경 됐으나 내용은 유지, 이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한 학교 인솔 교사는 “아이들이 듣기에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부분으로 내용이 구성됐다. 자칫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들이 노동권익에 대해 배우고, 개선점 등에 대해 목소리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토론회 참여)협조 공문엔 제목만 있었지 어떤 내용인지 없었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 주최측과 도의회 의원까지 나서 자극적 내용을 수정, 토론회를 진행하겠다고 중재했다.

하지만 토론회 중단 사태를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학교측의 반응에 토론회 주최측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은아 전국특성화고돌업생노조 위원장은 “주제가 무겁더라도 취업 당사자들이 직면한 문제다.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토론회를 통해 접하고 후에 사회에 나갔을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한 자리였다”며 “오늘 토론회의 내용는 사회의 현실이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신환 도 경제노동실장은 “참석자와 주최자 모두 노동권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오늘 토론회는 노동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지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자리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황대호(더불어민주당·수원4) 의원은 “당초 사업계획서엔 대상자가 학생이 아니었다. 참가 대상자가 변경됐으면 그에 맞춰 내용도 재구성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 내용이 노동의 부정적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했다. 토론회의 취지는 공감하나 그 방법과 대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임하연기자 lft13@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