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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칼럼]기생충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K-POP은 물론 문화 예술의 세계적인 활약이 눈부셨던 우리나라에 이 상은 확실한 문화강국임을 세계에 보여준 사건이다. 그간 봉준호감독이 만든 작품들은 제목만 봐도 범상하지 않다. 괴물에서 이젠 기생충까지.. 물론 우리 생활을 담은 영화이기에 괴물, 기생충 같은 영화 제목은 은유다.

사물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고 다른 사물 혹은 현상에 빗대어 원래 말하고자 하는 사물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은유이거늘, 은유의 실제적 중요성은 은유하는 대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우리 삶에서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해 주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기생충이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이해와 해석은 무엇일까? 기생충은 사전적의미가 자기의 삶을 위해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벌레다. 은유는 실제 사물과 은유하려는 것과의 겹침이 꼭 있어야 한다. 즉 사물과 실제 세계의 실재를 범주화하는 관점에서 중요한 것이 유사성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 영화의 실제적인 기생충의미는 파악할 수가 없다. 다만 제목만으로 봐서는 우리 사회의 기생충을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다. 기생충은 우리가 징그러워하고 골치아파하고 없애보려고 하고 또 왜 우리한테 기생해서 나에게 고통을 주나 하고 억울해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삶에 기생충이 빠지면 인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고 만다는 것. 기생충이 우리에게 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때로는 피해를 주지만 이들이 없는 세상은 우리의 존립부터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기생충이라며 혐오 표현을 쓰는 존재들이 있다. 차마 옮기기도 거북스러운 ‘00충’이라는 은어는 바로 이 기생충을 의미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어긋난다 싶으면 기생충 취급하는 일은 부메랑처럼 우리 모두를 고립시킨다.

이를테면 젊은이 집단에 어긋난 사람은 노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 그냥 말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년에 접어드는 것은 곧 경제적 능력의 상실을 의미하며 그 경우 일반적으로 별다른 노년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계층의 하락을 예고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노년에 이르러서는 자식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다. 마치 물물교환처럼 손주 육아와 가사 일을 도맡는다. 그럼에도 노년은 사회에서 당당하기보다는 쓸쓸함을 이기지 못해 우울과 자살생각에 취약해진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의 의미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자이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쓸모없는 입만 남은 자이다. 오죽하면 ‘노인은 산송장이다’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노인의 조건은 결코 생물학적 여건들에만 달려 있지 않다. 거기에는 문화적 요소들이 개입되어 있다. 문화적 ‘은유’로 확대되고 우리들 생각 속에 고정돼 내면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들의 지위는 사회에 의해 관습적으로 물려준 은유다. 우리 사회가 부여한 몸에 대한 은유는 건강한 몸- 정상적인 몸- 유능한 몸을 젊은이의 몸에, 아픈 몸-비정상적인 몸- 무능한 몸은 노인의 몸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나이든 몸에 대해 혐오를 입힌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는 모두 늙기를 필사적으로 거부한다.

우리 삶의 질을 보여 주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빈곤율(45.7%)과 노인자살률(10만 명당 54.8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 중 1위다. 노인자살률 10만 명당 54.8명은 OECD 평균 18.4명의 3배에 육박한다.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노인자살이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륜이나 지혜, 경험의 총체로서의 노인을 보지 않고 현재 생산력과 효율성이 얼마나 높은가로 노인을 본다. 우리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낭패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열패감이 있는 사회에 사는 우리가 기생충은 아닐런지 성찰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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