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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 재미있는 지명 따라

 

 

 

 

 

수원 토박이로 수원에서 오래도록 살다가 의왕시로 이사를 하게 됐다. 자연히 동네 이름이 생소하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수원시와 의왕시의 경계인 지지대 고개에서부터, 재미있는 동네 이름으로 버스 정류장 안내 방송을 한다. 의왕시 진입하면서 나오는 동네 이름은 ‘골사그내’ 다음엔 ‘고고리 마을’이 그것이다. 궁금해 지명의 유래를 찾아보았다.

‘사그내’는 옛 문헌인 ‘신동국여지승람’(1530)에 사근내원(沙斤乃院)의 ‘사근내’에 바탕을 둔 땅 이름이 나온다. ‘사근내’는 ‘사근내>사그내’로 굳어지게 되는데, 원래는 이 마을이 오전동(오맥이), 왕곡동(왕림), 골사내(왕곡동), 골우물(고천동) 등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개울을 뜻하는 마을 이름에 옮겨 붙여진 이름이다. 모래가 흘러들어 이것이 모래를 뜻하는 ‘사근(沙斤)’이 쓰였거나, 이 개울이 모래 자갈이 유달리 많아 장마가 걷히면 물이 금세 마르는 내이므로, 물이 쉽게 잦아든다는 의미에서 ‘삭은 내’를 한자화 시킨 것이 ‘사근내(沙斤乃, 沙斤川)’일 가능성도 있다.

‘고고리(古古里)’ 이 마을은 통미 건너편 현 과천∼봉담 고속도로가 경수산업도로와 교차하는 지점의 서편 마을이다. 이 마을은 한자를 ‘古古里’로 표기하는데, ‘고고리’는 원래 ‘골골이’에서 연유한다. 이 마을의 지형이 아래쪽은 통미마을 편에서 보면 골짜기가 보이는데, 골짜기가 연이어 있으므로 ‘골골이’라 부르게 된 것을 음운탈락과 연음 규칙으로 ‘고고리’로 발음하게 된 것이다. 즉 ‘골골[谷谷]+이>고골이>고고리’로 굳어진 것을 한자를 빌어 취음한 것이 古古里이다. 고유어를 한자로 처음부터 바꿨다면 ‘谷谷里’ 정도가 그 의미에 근접한다.

지명 자체만으로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정신적 향수가 되고 있다. 지명은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향토적 배경이 중심이 되어 불리어왔다.

내가 태어난 오목천동이란 이름도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우리땅 이름에는 그 모양에 따라 정해진 것이 많다. 땅이 불룩하다고 ‘부륵배기’가 있는가 하면 우묵하다고 ‘우묵골’, ‘우묵배기’가 있다. 그 형상의 특징을 보고 지어낸 땅이름이 수도 없이 많다.

수원시의 서쪽을 흐르는 ‘오목내’도 그 모양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권선구 오목천동 부근에 와서 오목한 지역을 흐르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은 것이다. ‘오목하다’는 뜻의 ‘梧木’을 한자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오목내’라는 토박이 땅이름은 지금의 오목천동 근처에서 전부터 불려 왔던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 때 고사촌을 병합해 안룡면에 편입했다가 1963년 수원시에 편입돼 오목천동이 됐다. 오목천동엔 ‘오목내’, ‘고찌말’외에도 ‘건너말’, ‘뒷물’ 등의 마을이 있다. ‘뒷물’은 우물이 뒤에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고색동을 지나 오목내 들어서는 입구에는 큰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큰 다리가 있었고 기찻길에도 철교가 있었다. 특히 여름에는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에 그 물가에서 미역을 감고 놀았다. 한겨울 다리 밑에는 노숙하며 살던 사람이 있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겨우내 씻지 못했던 몸을 내놓고 씻는데 그렇게 살빛이 하얗고 피둥피둥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향 생각을 하면 유년 시절이 스쳐 간다.

이른 봄 아침이면 학교 가는 길에 마주치던 소들의 행렬, 그 당시 수원엔 우시장이 있어 봉담 쪽에서 소 팔려는 사람들이 소를 끌고 아침 일찍 걸어 나왔다. 하얀 입김을 내뿜고 되새김질하며 느릿느릿 걷는 소들의 모습은 늘 보던 익숙한 정경이었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듯, 우리가 부르는 지명 역시 고유한 유래와 뜻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의 이름에 역사가 담긴 뜻이 있음을 알게 된다면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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