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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 몸에 들어간 사육사 영혼의 여정 ‘生-死’ 이야기

정유정 작가 3년 만의 ‘신작’
삶·죽음 앞에 인간 자유의지 다뤄

 

 

 

우리 모두는 우연에 의해 태어나 다양한 이유로 소멸하게 된다.

태어난 뒤 정해진 시기에 노화나 질병, 또는 사고로 조금 일찍 죽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삶의 유한성을 안고도 죽음을 생각하는 대신, 삶을 의미 있는 무언가로 채우기 위해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원하는 대로 살고자 안간힘을 다한다.

그것은 ‘자유의지’인데, 자유의지는 죽음 앞에서도 어떻게 죽을 것인지 발현되곤 한다.

가정해서, 만약 죽음 앞에서 다른 삶을 훔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기 자신으로서의 소멸과 다른 존재에게 자신의 영혼을 담고 다른 삶을 이어가는 것 두 가지이다.

전자를 택한다면 그 죽음의 의미는 무엇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이전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소설은 이러한 질문들에서 출발해,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선택과 인간의 마지막 자유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인원 책임사육사 진이는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보노보를 구조하고 장 교수와 차로 이동하는데, 장 교수가 보노보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어떠냐며 ‘지니’라는 이름을 제안하게 된다.

그때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고라니를 피하려다 차량이 미끄러지고, 가드레일을 사정없이 들이받는 사고가 난다.

그 순간 지니와 진이는 하나가 되고, 두 개의 영혼이 교차하는 혼돈과 혼란 속에서, 진이는 진짜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한 지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진이는 자신의 상태를 믿을 수 없지만, 그보다 더 막막한 건 불시에 들이닥치는 지니의 무의식이다.

지니의 무의식을 통해 그녀는 마치 영상을 보듯 지니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되고, 지니의 몸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된다.

현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

마비된 이성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으로 진이는 서른 살 청년 백수 민주를 우연히 만나 도움을 청한다.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선 반드시 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락된 시간은 단 사흘.

과연 진이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지니에게 온전한 삶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진이 혹은 지니와 민주가 각각 찾아 헤매는 ‘죽음의 의미’와 ‘삶의 의미’는 언뜻 서로 다른 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굵직한 선이 교차하는 하나의 점 위에 놓여 있다.

삶과 죽음은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상에 놓인 것이 아닌, 종국에는 겹치고 맞닿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이자 운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의 3년 만의 신작으로,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선택과 삶의 마지막 희망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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