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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디지털 세상에 종속된 현대인

‘당신의 하루를 환영합니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마트폰이 일상적인 도구화
디지털 세상에 무분별한 접속

염지혜, ‘반복적인 복사’ 꼬집어
충격적인 영상과 사운드로 표현

오택관, 디지털 무한세계 압축
윤향로, 아날로그방식과 접목


바빠지는 세상 속에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특히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선 끊임없이 환영받는 존재가 됐다.

하루의 시작과 끝, 그리고 일상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오는 6월 30일까지 ‘당신의 하루를 환영합니다’라는 주제로 하루 종일 디지털 네트워크에 종속돼 스크린 속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2, 4, 5전시실에서 다룬다.

흔히 디지털 네트워크 속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활동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하루의 대부분이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니 당연한 생각이다.

2전시실에 있는 염지혜 작가의 ‘포토샵핑적 삶의 매너’, 안가영 작가의 ‘헤르메스의 상자’와 5전시실에 있는 임봉호 작가의 ‘부ㄷㅎ다_2’를 살펴보면 그러한 생각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포토샵핑적 삶의 매너’는 세 가지 챕터로 구성된 ‘커런트 레이어즈’의 마지막 챕터로 인간의 인지 방식의 변화를 담고 있어 일부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영상을 진행한다.

이것은 실재하는 무언가를 디지털을 통해 잘라내고 붙이고, 즉 복사(ctrl+c)와 붙여넣기(ctrl+v)를 하다가 점점 전체의 화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다.

마지막엔 인간이 커다란 돌에 깔려 누워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 돌은 전체 프로그램을 무너뜨린, 쉽게 편집하던 파편이 뭉쳐진 무언가로 보인다.

다소 충격적인 이 영상은 사운드와 함께 흥미롭게 지켜보다 마지막쯤 오늘날 우리들의 행위에 심오한 의문을 제기한다.

같은 전시실에 있는 ‘헤르메스의 상자’는 ‘FedEx’를 차용한 설치작품으로 헤르메스가 정보로 상징되는 택배상자를 들고 옮기는데, 그 과정에서 메르스, 에볼라, 탄저균이라는 바이러스를 먹게 된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정보가 변질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형식으로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체험을 제공하지만 의미를 알고 하면 어딘지 불편한 느낌이 들 것이다.

게임 속 헤르메스는 곧, 왜곡된 정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5전시실에 ‘부ㄷㅎ다_2’는 레드카펫이 깔린 채로 가운데에 단상이 위치하고 있고 세 개의 화면이 둘러싸고 있다.

화면에선 세 명이 환호하듯 박수를 치고 있고 어디선가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정중앙을 향한다.

물론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가운데 서야만 한다.

그런데 막상 올라서면 환호의 박수와 주목이 아니라 왠지 조롱과 비아냥거림의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직접적 접촉이 없는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박수와 주목은 이처럼 진실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시는 중독적인 스크리닝의 어두운 면에서 그치지 않는다.

1전시실에 위치한 오택관 작가의 ‘그래픽쳐스-흔적-10년간(버전 5)’과 4전시실에 있는 윤향로 작가의 ‘블라스티드 스케이프’가 그 경우이다.

먼저 ‘그래픽쳐스-흔적-10년간(버전 5)’은 무한한 디지털 세계의 모습을 선과 면, 색을 통해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시킨 그림이다.

난해하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작품은 각각의 완성된 그림들이 9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작가가 전시 공간에 따라 1년을 주기로 재배치하고 패널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 점을 인지하고 스스로 각각의 패널들을 재분류 해보며, 작가의 흔적과 입체감이 부여된 평면적 깊이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또 ‘블라스티드 스케이프’는 비슷해 보이는 수십 개의 그림들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품이다.

1990년대에 유명했던 만화책의 여러 장면들로 주인공과 대사, 배경을 제거하고 작가가 직접 스캔한 뒤 재가공해 만들어 낸 것이다.

즉 손으로 그린 아날로그적 방식과 디지털시대의 기술력을 접목해 탄생한 작품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명확히 그려져 있지 않아 작품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다 익숙한 장면을 찾으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관련 전시는 복잡하고 난해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시를 관람할 때 작품 전체를 한 번에 이해하려는 태도보다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감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 전시를 하고 있는 다수의 작가들이 관람객들만의 해석을 바란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사진=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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