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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24번째 ‘千萬’ 영화

 

 

 

 

 

24번째 1천만 관객 흥행 영화가 나왔다. 미국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은 상영 첫날 130여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11일 만에 1천만 명을 넘어섰다. 6월 3일 현재 1천384만여 명을 기록해 역대 외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천761만여 명으로 흥행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2014)의 기록을 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하루 평균 관객 수, 최단기간 내 1천만 명 관객 동원 등 흥행 여러 부문에서 이전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런 맛은 없었다.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흥행 선풍을 일으켰던 ‘극한직업’의 여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연이은 ‘1천만 관객’ 레이싱이다. 여기에다 한국영화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기세를 몰아 흥행에 가세하고 있다. 상반기 영화시장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재미있으니까’라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재미라는 것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각양각색이어서 어떤 요소가 재미를 주는 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한국영화계에서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실미도’라는 영화였다. 2003년 연말 프로로 시작해 해를 넘겨 흥행을 이어갔다. 제작자도, 감독도, 극장도 모두 놀랐다. 한국영화가 모든 외국영화를 제치고 최고흥행을 하다니…. 더구나 지금까지 어느 영화도 닺지 못했던 ‘1천만 관객’ 기록을 세우다니…. 충격은 문화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한국영화를 다시 보는 계기였다. 한편으로는, 놀랍기는 하지만 어쩌다 일어난 ‘사건’으로 보려는 평가도 많았다. 1천만을 넘기는 했지만, 다시 그런 기록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언들과 함께.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남자’, ‘괴물’ 등 연이은 ‘1천만’ 영화들은 ‘실미도’의 기적이 우연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고, 그런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1천만 명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대략 대한민국 국민 숫자를 5천만 명으로 본다면, 20% 이상이 같은 영화를 보았다는 뜻이다. 수원종합운동장 좌석 수는 1만1천808석, 최대수용인원은 3만 명이다. 서울의 잠실운동장 야구장은 2만5천석, 일본 도쿄돔의 공연장 좌석이 5만5천석 규모다.

출판계에서는 1백만 권 판매를 넘으면 대성공으로 분류한다. 한국야구가 연간 관중 800만 명을 넘겼을 때, 야구계가 만세를 불렀다. 10개 팀이 벌이는 전체 경기의 관람객보다 영화 한 편의 관객 숫자가 더 많은 현실은 마냥 좋아하기에는 뭔가 아쉽고 불안하다. 누구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이야 비난할 일이 아니다. 영화 한편 보면서까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라고 따질 문제도 아니다. 그렇지만 쏠림과 편중은 너무 심하다. 2012년에 국내 영화 관객은 1억 명을 넘었고, 2013년에는 2억 명으로 폭증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영화관람횟수는 평균 4회가 넘는다. 세계최고 수준이다. 같은 시기 미술전시회나 연극 등의 공연 관람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의 일상적 문화 활동에서 영화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경향도 치우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전산통계는 올해 1월부터 6월 3일까지 한국영화 대 외국영화의 비율은 54.7 대 45.3%다. 한국영화는 2000년에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넘겼다. 이후 다소간의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올해의 외국영화 46%의 대부분은 미국영화다. 한국영화와 미국영화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2%, 나머지는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이지만 사실상 영화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제로 수준이다. 전국 관객의 22~23%를 차지하는 경기도의 현상도 전국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한국인은 다른 모든 활동을 제치고 영화 보는 것에 열광하며, 그나마도 한국영화나 미국영화만 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영화에 쏟는 열정의 10%만이라도 다른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면, 일상은 더욱 다양하고, 문화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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