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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주민자산 활용은 공론화해야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개발하던지 또는 규제나 대형 공공기관의 이전 같은 정부의 정책은 주민들의 삶과 자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대규모의 도시 및 주택지 개발이 이뤄졌고, 미군부대 이전,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 등이 추진돼 주민들의 삶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해 왔다. 이 같은 정책은 자연 상태로 유지됐던 미개발지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기존 개발지의 토지 용도를 전환해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지역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공간, 건물이 변형되기도 했고 사라져 버리곤 했다.

선사시대나 고대의 유물 및 유적지는 물론 근대이후의 역사적 공간,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 기여했던 기업들의 터전, 관청이나 공공기관의 건물, 그리고 그 부지가 바로 문화유산이 되고 지역주민들의 생활을 형상화한 주민들의 자산이다. 그 지역을 상징했던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은 그 지역에 토착해 살아왔던 주민들과 일체성이 있어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들의 지역 자부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책 추진과정에서 그 지역에서 살아 왔던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개발이나 주민자산의 변형 정책이 추진돼 주민들의 의사가 깊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항상 도시개발이나 공공기관 이전, 그 부지의 활용과 같은 정책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격적 발표와 추진으로 일관돼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정부내부에서 은밀히 추진돼 주민들은 그 정보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의견의 개진도 거의 허락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귀중한 지역자산이 주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것은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은 주택지로 개발해 주택가격의 안전과 인구의 유입을 도모하는 것 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처럼 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이 더 지역에는 유익할지 모른다. 낡고 기능이 다한 공장 부지를 리모델링하거나 관청·공공기관이 이전하는 공간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주민들의 문화자산으로 이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가치 있고 자부심을 갖게 할지 모른다. 프랑스 파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미술관, 박물관 등 세계적 관광명소로 알려진 대부분의 랜드마크는 지역의 역사,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공서 등의 공간과 건축물을 주민들의 자산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동안 도시개발 및 대규모 건축과 같은 정책추진에 주민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 주민들은 주요 정책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와 과정, 새로운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숙의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주민 공론화 제도라 할 수 있다. 탈 원전 정책과 관련한 대토론회도 있었고, 대학입학 관련 교육개혁을 위한 공론화과정도 있었다.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수도권과 같이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 자연과 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지역을 공원으로 유지하는 것은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또 공공기관, 공장 등이 있었던 곳을 미술관, 박물관 등 주민들의 공간으로 내 주는 것은 정부 재정에 득이 안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주민들의 자산으로 생각한다면 해법도 나올 수 있다. 주민들이 그 자산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존할 것인지를 공론화한다면 스스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한 사례가 영국에서 자연, 역사,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영원한 자산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다. 시민들 모두 십시일반 하여 그 토지나 자산, 유산의 소유권을 공동으로 보유해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도 주민들의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할 지 주민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정신이 구현되는 참된 민주주의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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