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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끝’이라는 말

 

늦은 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바쁘게 각자의 생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삶처럼 말이다. 때로는 기웃거리기도 하고, 불쑥 들어서는 다른 차에 당황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겠기에 무척이나 조바심을 내며 달리고 있을 그들의 속내를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도 나와 같겠거니 해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달리고 있을 뿐이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앞 차의 불빛을 좇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서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이번 학기 강의도 끝이네요”

수업을 끝내고 걸어 나오는 복도에서 누군가가 남긴 그 ‘끝’이라는 말이 돌아오는 내내 가슴에 남아 울렁거렸다. 시작과 끝은 반의어로 분명 ‘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있을 텐데. 젊은 날의 나에게 시작은 거창하게 자주도 했지만 그 끝의 마무리를 온전히 잘 일구어냈는지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곱씹어 생각해보아도 어쩌면 나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끝을 맛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중학교 때 사소한 일로 다투고 화해를 제대로 못하고 헤어진 친구가 있었다. 20년이 지나 우연히 연락이 되어 그 옛날 사소한 다툼을 들추어 서로 사과를 했지만 그 또한 ‘끝’은 아니었다. 몇 해 전 먼저 저 세상으로 간 그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다툼의 내막이 궁금해지고 늘 가슴이 저릿하게 아픈 건 왜일까? 결국 내 마음이 끝을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추억 한 자락도 무 자르듯 숭덩 잘라 버리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옛 정을 그대로 품은 채 살고 싶은 조금은 고리타분한 그 마음 때문에 말이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겨우 한글을 익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끝없이 이어지는 내가 습득해야 할 요즘 세상살이의 필수라고들 하는 사소한 기술까지. 날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의 각종 앱, 복잡하게 늘어나는 전철 노선의 변화까지. 여전히 스마트폰을 열고 드디어 알아냈다 싶으면 또 다시 등장하는 새로운 뭔가를 익히려고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며 쩔쩔매는 나를 보면 나 또한 답답할 때가 많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 실버모델로 인생 이막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머리 허연 남자모델을 보았다. 그는 그동안은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며 살았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성장했고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좇을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나이를 의식하면서 새로운 시작에 유난히 머뭇거리던 나는 자기만의 멋진 ‘끝’을 위해 다시 한 번 ‘시작’에 초점을 맞추고 용감하게 도전했을 그를 보면서 나의 ‘끝’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가 끝없이 이어지고 그 자동차의 행렬이 쉼 없이 이어지듯 우리들의 삶 또한 살아있는 한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저 작은 일의 마무리가 끝이 난다 할지라도 그 끝은 또 다른 일로 이어지게 마련이듯 말이다. 오늘도 “힘들다, 힘들다”하면서 출근을 서두르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의 멋진 ‘끝’을 위해 다시 한 번 씩씩하게 ‘시작’해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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