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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 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數儉]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磐石)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농가월령가 4월령에 ‘천렵’을 운치 있게 노래한 내용이다.

이처럼 천렵은 계곡이나 물가에서 얻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끓여서 술과 함께 먹으며 지인끼리 모임을 갖는 우리의 세시 풍속 중 하나다. 물놀이의 성격을 지녀 주로 여름에 더위를 피하고자 행해졌다. 삼복 중에 냇물이나 강가에서 헤엄도 치고 그물을 던져 고기도 잡고, 그 잡은 고기를 솥에 넣고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 피서법인 셈이다.

그리고 ‘즉석요리’의 맛을 포함해 계곡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의 운치가 있어 이를 예찬한 시도 여러 수 전해져온다. 조선 중기 문신 최명길(崔鳴吉)의 시도 그 중 하나다. “그물이 맑은 못에서 나오니/ 저물 무렵 물가에서 나오는 웃음소리/ 날릴 때 큰 구멍 뚫고 올라오니/ 바야흐로 버들가지가 푸르른 계절이다/ 눈 떨어지듯 연기 날릴 때/ 작은 소반 밀어두고 빙빙 바람소리 날 듯/ 모여 앉아 잡은 고기 먹는다” 짙푸른 여름날 천렵의 흥취가 잘 묻어난다.

지금도 무더운 여름 특히 초복과 중복과 같은 복날을 전후해 농촌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다. 물론 환경파괴를 우려해 그 행위를 제한하는 곳이 많지만 명맥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천렵은 역사의 이른 시기 사냥과 고기잡이를 하던 습속이 후대에 오면서 여가를 즐기는 풍속으로 변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무더운 날씨에 농사일을 하던 고달픔을 잊고 마음껏 하루를 즐기는 천렵은 물맞이, 탁족, 모래 뜸질 같은 풍속과 함께 선조들의 여름나기 지혜가 담겨있다.

시절이 천렵하기 좋아서는 아닐 진데 요즘 ‘천렵질’이란 말이 세인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한 정치인의 막말 때문이다. 천렵의 의미를 생각할 때 이번엔 좀 지나치다 싶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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