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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마음 털어놓는 ‘용기 레시피북’

말 못 할 고민있는 ‘네 아이들’
신비한 카페 통해 과거 떠올려
성장 고비 넘는 순간 담은 동화
겪을 법한 갈등 등 섬세하게 묘사

 

 

 

누구에게나 말 못 할 고민이 하나쯤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소한 비밀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 밤낮을 꼬박 새워 얘기해도 부족할 만큼 복잡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대부분의 ‘말 못 할 고민’들은 아무리 작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서 점점 커져 이내 온몸을 짓누르는 짐덩이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런 말 못 할 걱정의 무게는 특히 아이들에게 더욱 크다.

그 미묘한 시기에 아이들이 겪는 일들은 그야말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것 투성이다.

‘모퉁이 하얀 카페 심쿵 레시피’는 고민에 휩싸인 네 아이가 신비한 모퉁이 하얀 카페를 찾게 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성장의 한 고비를 넘는 순간을 담아낸 연작 동화이다.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진짜 속마음을 겉으로 털어놓지 못한다.

부모님을 실망시킬까봐,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어렵고 부끄러워서, 혹은 자기조차 알 수 없는 갈대 같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진 해진이(‘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도치 않은 실수로 학폭위 가해자가 된 동권이(‘됐고 대마왕의 대굴욕’), 남자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빠와 발레리노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선유(‘마음 속 새 한 마리’),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대로 일상을 연기해야 하는 나라(‘확 삐뚤어지고 싶은 날’).

저마다의 갑갑한 상황 속에서 네 아이들이 꺼내지 못한 말들은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 커다란 회오리가 돼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놀림을 묵묵히 참아 왔던 해진이가 외마디 비명을 토해 내던 날, 늘 아이들의 중심에 있던 동권이가 원 밖으로 밀려나던 날, 안전하고 따뜻한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던 선유가 차갑고 어두운 집 밖으로 쫓겨나던 날, 늘 착한 아이를 연기했던 나라가 이제 그 역할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던 날, 아이들의 눈앞에 신비한 모퉁이 하얀 카페로 안내하는 발자국이 나타난다.

모퉁이 하얀 카페에 도착한 아이들은 카페 주인의 신비한 레시피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고 자신에게 없었던 것, 지금 필요한 것을 떠올리며 문제 해결을 위한 용기를 얻게 된다,

책은 ‘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라’며 아이들의 용기를 북돋는다.

한마디의 용기만 내면 복잡한 감정이나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질 거라는 응원을 전하고, 자신이 원하는 진짜 모습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한없이 웅크린 것 같은 지금이 고치를 막 나오기 직전, 더 큰 세상을 날아다닐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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