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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 진정한 소통

 

 

 

 

 

창세기 11장에는 바벨탑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간들이 하나님이 있는 하늘에 오르기 위해 최고의 건축기술을 사용해 높은 탑을 쌓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자신과 대적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벌로서 그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언어를 쓰게 하여 결국 소통의 부재로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부터 여러 언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성경은 말한다.

‘bbb Korea’는 국내에서 다른 언어 간 소통을 돕기 위해 2002년 설립된 민간 NGO이다. bbb는 Before Barbel Brigade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바벨시대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봉사하는 단체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필자도 이 단체의 통역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택시운전자가 외국인 손님의 행선지를 묻는 단순한 것에서, 외국인이 자칫하면 범법자로 몰릴 상황도 있었다.

모든 동물은 소통의 도구를 갖고 태어 난다. 동물은 번식을 위해 짝을 찾는 소리, 새끼나 어미를 부르는 소리, 철새들이 날아갈 때 리더가 지휘하는 소리 등 무수히 많으며, 심지어는 사람과도 소통한다. 동물에게는 소통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 잠들 때까지 타인과 관계 속에서 수없이 소통을 한다.

소통의 부재나 소홀로 인한 부작용은 사회생활과 정부정책 등에서 무수히 있어 왔다. 지난해 여름 필자의 아파트 위층에 이사 온 지 한 달여 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찾아와 어린아이들이 소음을 일으켜서 미안하다며 포도 한상자를 가져왔다. 그 후 소음이 적어지기도 했지만 이따금 발생하는 소음에도 별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편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소통 부족으로 살인사건까지 발생한 것을 보아 왔다.

필자가 보기에 최근 발생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법으로 인한 정치적 갈등은 대표적인 소통 부재로 인해 발생한 정치갈등이다.

정치갈등을 벗어나 민생에도 피해를 끼친 국가문제로 심화됐다. 소통을 소홀히 했다기보다는 고의로 회피한 직무유기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이슈에서 정치인들의 가장 큰 실수는 국민에게 길을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이야기를 걸고, 국민은 그들에게 이야기해야(The Government talks to the people, 미우라 1997)”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공수처나 연동비례제 입법이 필요하냐고 묻거나 필요하다는 설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여당은 또한 야당을 정치적 협력자로 인정하고 진정한 자세로 설득하려고 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 법안이 국회 특별위원회에 상정된 후 거리에 수원출신의 한 여당 국회의원이 “공수처 입법상정, 드디어 해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인 것을 보고 필자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지만, 이것을 본 다른 시민들이 공수처가 무엇이며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공감했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정치인과 공무원에게는 소통이 특히 중요하다. 먼저 소통의 기술을 배우고 정치와 행정, 정치가와 유권자, 행정기관과 지역주민 간에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인내심을 갖고 소통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전화로 통역봉사를 할 때 느끼는 가장 어려움은 외국어 능력보다 대화상대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특히 한밤중에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면서도’ 원만히 소통의 중재를 할 수 있었던 열쇠는 편견없이 대화자의 처지로 직접 들어가 귀 기울여 듣고 그 상황을 머릿속에 세밀하게 그려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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