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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 부부의 평등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변한다. 하지만 변화 과정이 누구에게나 수월한 것은 아니다.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자연스럽다’라고 여기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1980년 중반까지 버스나 지하철 역사 안에서 흡연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사무실, 안방 한구석에는 재떨이가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당연시하는 세상 속에서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변화로 이어졌다.

2019년에 존재하는 흡연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생각은 1980년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이외에도 우리 삶의 변화는 다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2009년 12월 보급률은 불과 1.7%에 불과했지만, 2019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이른다.

이처럼 가족의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족 형태는 1인 가구(28.6%)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2인 가구(26.7%)와 3인 가구(21.2%)가 높은 비중을 보였고, 4인 가구는 17.7%, 5인 가구는 4.5%, 6인 이상 가구는 1.3%로 나타났다.

가족 형태의 변화는 부부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 이전과 다른 부부 관계를 요구한다. 여러분이 신혼부부든, 중년부부든 변화하는 부부 관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위해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변화는 ‘평등’한 부부 관계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 가지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경제 노동 ▲가사 노동 ▲돌봄 노동 등이다. 이 세 가지 노동 중 하나라도 평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부 갈등이 발생한다. 필자는 부부 강연에 참여하는 부부가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부부 사이의 노동이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활동을 통해 부부의 현재 평등 수준을 점검할 수 있다.

먼저 부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노동을 모두 적는다. 이때 가능한 구체적이고 세분화해 적는다. 경제 노동은 노동 수입, 재테크, 공과금·세금 납부, 가계부 관리 등으로, 가사 노동 중 빨래는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기, 정리하기 등으로, 돌봄 노동은 자녀 학교 일정 확인, 새벽 수유, 자녀와 놀이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부부의 평등한 관계를 위한 첫걸음은 우리 부부에게 어떤 노동이 있는지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배우자가 하는 노동의 수를 실제보다 조금 알고 있거나 노동 강도를 약하게 생각하는 등 배우자의 노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은 수의 노동을 하는지, 누구의 노동이 더 힘든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현재 노동 상황이 부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평등을 위한 합의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타협이 아니라 합리적인 합의이다. 자신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부부 사이의 평등은 이 과정에서 이뤄지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는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불편하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러분의 배우자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면 변화를 위한 노력보다 현재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배우자가 불편하지만 표현하지 않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와 다르게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이 가장 많다는 것(33.4%, 통계청 2018 조사)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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