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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

‘코끼리, 그림자, 바람’전(道미술관)
13개 팀 애니메이션 선보여

김승희, 여인의 자유 갈망 표현
김예영·김영근, 도시 모습 담아
뒤버그 팀은 물질만능주의 상징

 

 

 

자기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하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바라보는 행위는 의외로 쉽지가 않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와 왜곡된 사회적 통념 때문에 자신을 다 알지 못하거나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곳을 잘 모른다.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23일까지 애니메이션을 통해 지금의 사회적 현상이나 우리의 내면을 보여주는 ‘코끼리, 그림자, 바람’ 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13팀의 작가들이 예술적 고찰로 관람객들의 주변과 내면을 새롭게 인식해준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흥겨운 사운드와 재미난 그림체의 영상인 김승희 작가의 ‘심경(心鏡)’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한 여자가 파이프 같은 통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내용으로, 그 속엔 팽팽한 줄에 매달린 여성, 가꾸어진 몸매, 양복을 입은 남성 등이 출연한다.

그것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이상과 자신을 억누르는 권력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불안정한 심정을 나타낸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낸 이 영상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어 김예영&김영근 작가들의 ‘도시’가 있다.

‘도시’는 도시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보는 이들에게 따뜻함을 전달한다.

 

 

 

 

집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회사에 도착해 일을 한 뒤, 퇴근 후에는 집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잠을 자는 등 사실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특이한 점은 영상 속에 사람들만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길을 걷다 문득 숨이 막힌다면, 이 영상처럼 높다란 건물과 아스팔트, 매연 등 모든 것을 지우고 지나 다니는 사람들에 집중해보길 추천한다.

그러면 영상처럼 실제 다른 이들의 체온과 숨소리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나탈리 뒤버그&한스 버그 팀의 ‘집이 아니더라도, 뇌에는 복도가 있다’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전시관 가장 안쪽에 위치한 문소현 작가의 ‘텅’과 같이 감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먼저 ‘집이 아니더라도, 뇌에는 복도가 있다’는 미로와 같은 복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이어진다.

거기선 갱스터 개와 담배 피는 악어 등이 물질주의를 반영하는 듯 하는 도구들을 치장한 채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들은 우리 내면의 일부분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영상이 불편하다면 아직 자신을 완전히 알지 못한 경우의 가능성이 크다.

믿기 싫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누구나 추악한 면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작품 ‘텅’은 생기 없는 인물들이 무기력하게 혀를 내뱉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언어소통에 주요한 기능을 하는 혀에 주목해 이 영상을 의도했다.

요즘 막말이 쉽게 오고가는 현상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그 말은 누군가에게 흉기가 되기도 한다.

당장에 자신을 반추해보는 것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악한 생각을 가지고 상처를 준 경험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오면 복합적인 감정이 들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과거부터 현재를 돌이켜 보고, 미래를 상상해 본다면 더없이 좋은 관람이 될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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