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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더 이상 집배원들의 희생 없어야

지난 5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30대 젊은 집배원의 과로사에 대한 내용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충남 공주시 한 우체국에서 3년째 집배원으로 일하던 중 5월 13일 새벽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만34살 비정규직 집배원의 형이었다. 청원내용은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것이었다. 청원인은 동생이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인력으로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일을 매일같이 강도 높은 일을 묵묵히 하다 새벽에 차가운 몸으로 변했다“고 탄식했다.

청원에 따르면 고인이 맡은 지역은 이동거리가 많은 농촌지역으로 하루 배달한 우편물량은 1천200여건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전국 집배원 평균보다 200건 이상 많은 것이라고 한다. 기록에는 오전 8시에 일을 시작해 오후 6시에 퇴근했다고 되어있지만 기록과는 달리 매일 2~3시간 연장근무를 해야 했고 우편물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분류작업을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하러 나가야 했고 상사의 이삿짐 운반, 사택에 키우는 개똥 청소, 사료주기 등 개인적인 일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청원 내용이 맞다면 정규직이 꿈이었던 고인은 상사의 사적인 일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만 집배원 8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집배원들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살인적인 업무량’이 원인이라면서 집배원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집배원들이 잇따라 사망하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인력 증원·완전 주 5일제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지난 13일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집배원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 쟁취를 위해 총파업 투쟁 수순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우정노조는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경영 위기를 볼모로 삼아 책임을 전가하는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재정 문제로 당장 인력 증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편물량이 줄고 인건비가 늘어 재정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편 물량이 줄었다지만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는 여전하거나 더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흑자를 내는 예금과 보험 등 우체국 금융 수익을 집배 인력 충원에 돌려야 한다고 방법을 제시한다. 더 이상 집배원들의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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