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는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경남 양산에 자리한 통도사는 수도권에서 출발해 다녀오기에는 늘 큰맘을 먹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는 불자가 아닌 필자에게도 큰 의미로 와 닿는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불보사찰로 불리는 통도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르면 통도사 진입로인 ‘무풍한솔길’을 만난다. 물론 왼쪽으로 차도가 나있지만, 사찰여행에서 사찰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첫 만남을 무정하게 차로 할 수는 없는일, 당연히 오른쪽으로 나있는 숲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1㎞ 남짓 걷게 되는 무풍 한솔길은 우거진 나무숲을 아치 삼아 꽤나 넓은 도보길이 나있다.

통도사는 전각들의 배치가 조금 독특하다. 왼쪽으로는 통도사 전체를 휘감고 흐르는 물길이 있고, 물길 건너편으로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각들은 위에서부터 3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상, 중, 하의 이름을 붙여 상노전, 중노전, 하노전 영역으로 구분한다.

아래 하노전부터 차례로 만나보자. 천왕문을 들어서면 하노전이 시작된다. 하노전은 여느 사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물이 걸려있는 범종각과 만세루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하노전의 가장 중심영역은 영산전과 극락보전, 그리고 약사전이다. 이 3개의 전각은 마당 가운데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삼층석탑을 남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삼층석탑 중심으로 영산전이 자리하고 삼층석탑 좌우로 약사전과 극락보전이 자리하고 있는 배치이다.

삼층석탑은 통일신라 말기의 석탑으로 보물 1471호로 지정돼 있다. 이 삼층석탑은 이중 기단에 상층 기단에는 모서리에 우주를 새겨 넣었으며, 가운데에는 탱주를 새겨 넣었다. 하층 기단에는 안상이 조각돼 있는데 워낙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삼층석탑의 장식적인 요소는 통일신라 말기의 전형적인 석탑의 형태이다. 삼층석탑 앞에는 고려전기에 건립된 배례석도 함께 자리해 있어서 자연스럽게 삼층석탑 앞에서 두 손 모으고 합장하게 된다.

영산전은 보물 1826호로 조선시대의 건물이다. 소박한 맞배지붕을 취하고 있으나 다포양식의 건물은 절대 소박하지 않다. 영산전은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고 뒤로 석가모니 후불탱화를 배치했다. 주변으로는 석가모니의 생애 가운데 가장 극적인 여덟 장면을 그린 팔상탱화를 봉안했다.

석가모니가 부처님이 되기 위해 인간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나는 장면, 그리고 출가를 결심하고 천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출가하는 장면, 수행을 하는 장면, 보리수 아래서 마군들을 항복시키는 장면에 이어 녹야원에서 처음을 설법하는 모습을 그렸다. 8개의 그림으로 그려진 이 불화는 영조 51년인 1775년에 조성된 것으로 보물 1041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는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극락보전은 순조1년(1801)에 중건된 전각으로 아미타불과 좌우에 관음보살과 세지 보살상을 모셨다.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은 누구나 아미타불 열 번만 부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부처님이다. 아미타불을 부르며 극락보전을 돌다보면 뒷벽에 그림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험한 바다를 건너 극락세계로 향하는 반야용선이 그려져 있다.

약사전은 극락전과 함께 중건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건물로 약사여래를 봉안한 전각이다.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님이시다.

하노전의 중심공간인 영산전과 극락보전, 그리고 약사전 일대는 불교의 중심 대상인 석가모니불과 불교에서의 이상세계인 극락세계의 주인인 아미타불, 그리고 현실의 아픔을 해결해주는 약사여래를 한 마당 안에 모셔 놓은 독특한 공간이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이 곳에서 우리는 현실의 아픔을 벗어나 극락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빌어봄직하다.

통도사에서 나의 소망과 함께 더불어 함께 여행한 사람들의 소망을 빌어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