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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끓는 물

 

시골에 한 농부가 살았다. 그에게는 외동딸 하나가 살았다. 그는 딸을 애지중지 키워 대학까지 보냈다.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향으로 내러오지 않았다. 거의 소식도 끊어졌다. 그는 딸이 궁금했다. 사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딸이 살고 있는 서울로 찾아갔다. 낯선 길을 물어물어 겨우 딸이 살고 있는 지하 단칸방으로 찾아갔다.

농부가 문을 두드리자 딸은 죽을상을 하고서 아버지를 맞이했다. 아버지는 그런 딸이 측은해서 물었다.

“얘야? 무슨 좋지 않는 일이라도 있니? 왜 그렇게 얼굴이 상했느냐?”

그러자 머뭇거리고 있던 딸이 대답했다.

“아버지, 저는 지금 되는 일이 없어요. 직장을 구할 수가 없어요. 이력서를 내도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그래서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살아요. 그런데다 며칠 전부터 독감에 걸려 이렇게 시름시름 앓고 있어요. 병원에 가도, 약을 먹어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요. 뿐만 아니에요. 제 꼴이 이러니 사귀던 남자친구조차 등을 돌렸어요.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 아버지?”

딸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구나, 딸아. 애비는 이제 널 도울 힘이 없구나. 그러나 너에게 한 가지 보여줄 것이 있다”

울고 있던 딸이 울음을 그치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 가스레인저 위에 물이 채워진 주전자 하나를 올려놔 보아라”

딸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물이 든 주전자를 올려놓고 불을 피웠다. 잠시 후에 주전자 물이 끓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물속에 감자를 넣어라”

감자를 넣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 속에 계란과 저기 있는 커피콩을 넣어 보렴”

딸은 시키는 대로 했다. 잠시 후에 주전자 물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리던 아버지가 딸에게 말했다.

“불을 끄고 주전자를 내리렴. 먼저 그 속의 감자를 꺼내 보아라”

딸이 감자를 꺼내자 아버지가 물었다.

“생감자와 익은 감자의 차이가 무엇이냐?”

“감자가 부드러워졌어요”

“그럼 그 계란은 어떠하냐?”

“껍질이 단단해졌어요”

“그럼 주전자 속의 커피콩은 어떻게 되었느냐?”

“마시는 커피처럼 풀어졌어요”

아버지가 딸에게 조용히 말했다.

“세 가지 다 끓는 물속에 있었다. 그러나 단단하던 감자는 먹기 좋게 부드러워졌고, 깨지기 십상이던 계란은 더욱 껍질이 단단해졌다. 커피콩은 녹아서 마시는 커피로 변했다. 느끼는 게 없느냐?”

그렇다. 이것이 사람의 삶이다. 사람의 삶은 누구나 같은 조건 속에 산다. 백팔번뇌에 몸부림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생의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긍정적이며 적극적이고, 고난을 뛰어넘는 슬기와 인내력을 가진 사람은 성공한다. 그러나 같은 조건의 인생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비판하고 울적해 하며 나태하게 살면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기죽은 그대. 앞이 막막한 그대. 그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어서라. 끓는 물속에서 끝까지 버텨서 성공의 길로 달려갈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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