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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에 버금가는 특례시 ‘자치행정’ 許하라

광역시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주민 192명
수원 등은 공무원 1인당 402명 서비스
인구 10만, 100만과 같은 행정체계 ‘불합리’

지자체 이양 국가 사무 많아 지방자치 족쇄
지방정부 독창적 사업 못해 주민만 피해

시행령으로 ‘특례시’ 도입 갈등의 씨앗
특례시 세목근거 입법 과정도 진통 불가피
국세:지방세=6:4 조정 로드맵 필요

경찰·광역도로 등 일부 사무 제외 모두 이양
일본 ‘정령지정도시’ 롤 모델 삼아야

“정부는 자치권한 광역시 수준 이양해야
‘100만 도시’에 맞는 행정 펼칠 수 있어”

 

 

 

■ 특례시 제도적 정착 위한 과제

지난 7일, 인구 3만명이 조금 넘는 충남 A군청 민원실을 찾았다. 수원에서 민원실을 찾을 때 습관처럼 번호표 출력기를 찾았지만 좀체 보이지 않았다. 한 직원이 다가와 해당 민원창구로 그냥 가면 된다고 설명한다. 10여 명의 공무원이 분야별로 민원실 창구를 지키고 있는데, 30여 분간 업무를 보면서 만난 민원인은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A군청 소속 공무원은 400명을 웃돈다. 반면 수원 태장동의 경우 인구는 5만3천명이 넘지만 이들의 행정을 담당하는 주민센터 내 공무원은 16명에 불과하다.



인구 117만의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던 노인 A씨는 공시지가 5억 주택에 거주하는데, 대도시 기본재산공제 기준에 따라 재산소득환산액이 월 121만5천원으로 책정돼 매달 기초연금 15만4천원을 받았다. A씨는 125만 명이 거주하는 수원으로 이사를 왔다. 같은 5억짜리 주택이었지만 기초지방단체에 적용되는 기본재산공제액을 적용받아 월 소득액이 138만3천원이 되면서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본재산공제금액이 대도시는 1억3천500만원, 중소도시 8천500만원, 농어촌 7천250만원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 발표됐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 3월 28일 국회에 제출돼 현재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로써 수원, 창원, 고양, 용인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를 중심으로 특례시 지정을 위한 노력이 큰 산 하나를 넘었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는 행정, 재정적 자치권한을 부여해 100만 이상 대도시에 효과적인 행정을 하도록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인구만으로 보면 이들 4대 도시는 광역시급이다. 하지만 광역시 평균 공무원 1인당 주민이 192명인데 비해 수원시 등은 기초자치단체로 구분돼 402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광역시 승격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과 고양, 용인시가 광역시로 분리되면 행정체계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인구 10만 도시와 100만 도시가 같은 행정체계에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수원시가 내놓은 대안이 일본의 정령시에서 모델을 찾은 특례시다.

일본에는 2018년 4월 기준으로 20개 정령(政令)지정도시를 운영하고 있다. 정령시는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에 속하지만 경찰·광역도로·광역하천 등의 사무를 제외한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도도부현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자치권이 없는 행정구를 두고 있다.

일본은 1956년 처음 정령시 제도를 시행하면서 인구 100만명 이상이던 오사카시, 나고야시 등을 정령시로 지정했다가 2000년대 이후 인구 70만명으로 인구요건을 완화했다.

 

 

 

 

정령지정도시로 지정되면 현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정부와 접촉할 수도 있으며, 일부 스포츠 대회 등에서 정령시 독자적으로, 각 도도부현과 별도의 팀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시민들이 받는 행정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시가 특정 사업을 펼치기 위해 도와 정부의 승인을 얻는 단계가 대폭 생략돼 효율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수원시는 2013년 ‘100만 이상 대도시 추진 및 특별법 입법발의’를 시작으로 각종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어 특례시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2018년 9월 인구 100만 이상인 용인·고양·창원시와 함께 공동추진기구를 결성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특례시 지정과 더불어 국가위임사무의 조정 등 지방일괄이양법 도입도 함께 진행된다. 우리나라 행정은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로 나뉘는데, 국가위임 사무의 비율이 높다보니 지방정부는 국가사무 위임에 따른 인력과 시간, 비용 등의 부담률이 높다.

또 광역단체와 협의 및 승인이 필요한 사무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할 경우에 도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며, 대규모 재정투자사업이나 국책사업 유치를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광역 사무가 늘어나면 그에따른 지방정부의 예산이 증가하고,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사업을 펼칠 여력이 줄어들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된다. 농촌과 어촌, 도시의 특색이 다르고, 도시도 인구분포, 경제상황 등 여러 여건에 따라 독자적인 행정이 필요하지만 국가·광역 사무는 이런 특성이 세세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단점을 앉고 있다.

이런 점에서 행정전문가들은 “지방자치의 특성은 지방정부의 독창적 사업을 통해 나타나고, 지방정부가 경쟁력이 강화돼야 국가가 성장한다”고 입을 모은다.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법 2조에 규정된 지자체 종류에 특례시 조항을 법제화해 ‘수원특례시’ 등으로 정식 도시명칭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4개 대도시의 입장인 반면 행안부는 기존 50만 이상 도시의 특례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175조와 시행령을 고쳐 100만 대도시에 행정명칭만 특례시를 부여하고 도시명칭은 현행대로 하며 189개 행정사무를 우선 이양한다는 것이어서 향후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사무영역 개발과 협의는 특례시의 성공여부와 직결되는 과제로 지적된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특례시 이양사무는 189개로 대부분 세금징수 등 업무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해 대도시 특례시 관계자 등은 “정부가 제시한 과징금 사무 이양 등 업무는 특례시 재정에도 도움되지 않을뿐더러 인력만 소모하는 업무가 많다”고 지적한다.

일예로 용인시 등이 지역자원시설세와 지방교육세를 특례시 세목으로, 취득세·등록세·면허세·레저세·지방소비세의 공동과세를 근거로 특례시 도입 시 연간 3천억원 내외의 세수 증가와 대형 주요사업 동시 추진이 가능하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구 100만 대도시에 도세 징수액의 10% 범위에서 추가 교부하도록 되어 있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43조의 대도시 재정특례조차 시행령 미제정으로 유보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들 4개 시 주장을 뒷받침할 국세와 지방세의 6대 4 비율 조정과 추진로드맵 해법도 시급한 상태다.

도내 한 특례시대상 지자체 관계자는 “엄밀하게 말하면 장미빛 기대와 전망일 뿐, 특례시에 걸맞는 자치권한 확보와 함께 현행 국세와 지방세의 8대 2인 반면 세출규모는 4대 6으로 불합리한 세출입의 개선 등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행안부와 협의를 통해 재정분권방안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 등은 특례사무와 관련해 중앙정부, 광역시로부터 이양이 가능한 사무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발굴된 특례사무를 중앙정부와 효율적으로 논의해 얼마나 이양받을 것인가 문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도내 또다른 특례시 관계자는 “특례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특례시의 권한에만 욕심을 내서도 안되며, 정부에서도 인사·재정·도시계획 등 자치권한을 광역시 수준으로 폭넓게 이양해야 100만 도시에 맞는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례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이면서 포용적 자치분권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국회 법안 통과와 이양사무, 재정분권 등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안직수기자 j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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