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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 가장한 위선’… 인간의 이중성 고찰 하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 5년 만에 신작
부르주아 ‘로랑’가 살게 된 ‘에브’
고상한 가족들의 비밀 알게 된다
인간관계의 단절·소통 부재 묘사
강박적 리얼리즘 속 휴머니즘 담아

 

 

 

해피엔드

장르 : 드라마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출연 :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 연속 수상한 거장 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줄 영화로 돌아왔다.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해피엔드’는 영화 속 ‘로랑’ 가족들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 고찰한 이야기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아무르’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영화에서 ‘로랑’ 가는 프랑스 칼레 지방의 유지이자 건설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이다.

로랑 가의 구성원으로는 집안의 기둥이자 최고령자인 ‘조르주’와 건설회사 CEO인 맏딸 ‘앤’, 유능한 외과 의사 ‘토마스’, 그리고 앤의 아들이자 하나 뿐인 후계자 ‘피에르’가 있다.

영화는 토마스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쓰러진 전 아내를 대신해 자신의 딸 ‘에브’를 데리고 로랑 가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에브는 로랑 가의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고상한 줄로만 알았던 가족들의 이중성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자살을 몇 번이고 시도하다 실패한 조르주를 비롯해 아들 피에르에 대한 강한 집착과 애정을 갖고 있는 앤, 두 번째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바람을 피는 토마스, 가문을 이을 의지가 없는 피에르, 뿐만 아니라 약물로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에브까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우아함을 가장한 그들의 위선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로랑 가의 이중성은 영화의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인 ‘해피엔드’는 사실 ‘해피 엔딩’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행복(happy)이 끝난다(end)는 의미에 더 가깝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끝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도 제목이 가진 이중성이 잘 나타난다.

조르주가 간절하게 바랐던 결말은 죽음이었으나 로랑 가족들은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영화의 소재로 삼는 것은 언제나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이 하네케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도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번 영화 ‘해피엔드’를 통해 조각조각 잘린 이야기를 꿰매어 인간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에 대해 묘사하며 강박적인 리얼리즘 속에 휴머니즘과 함께, 그가 두려워하는 끔찍하고 불편한 현실을 담아냈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이 시대에 진정한 사회적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에 마주하려 하는 것이, 자신이 영화 감독으로서 지닌 소명”이라며 “저는 언제나 현실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모순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에 저에게 영화란 진실을 위한, 혹은 진실을 찾기 위한 초당 24개의 거짓말이다”라고 밝혔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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