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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10살’ 5만원권

세계적으로 고액 지폐는 거래 수단보다는 가치 저장 성격이 강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것보다 금고로 들어가는 게 더 많다. 경제 규모가 클수록 고액권 비중이 높다. 통화 확대 시 고액권이 많을수록 화폐 유통 속도가 느려져 물가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런 통화정책적 편익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물가상승과 뇌물수수를 촉진할 뿐이라는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이 바람에 우리의 5만원권 발행은 2006년 국회에서 발행촉구 결의안이 의결되고서도 무려 3년이 지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2009년 6월23일 5만원권이 처음 나온 후 얼마 안돼 앞번호를 두고 경매가 붙었다. 화폐금융박물관에 영구 보관될 일련번호 1∼100번을 뺀 101∼20,000번 가운데 101번이 7천100만 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액면가의 1천420배였다. 희귀성을 감안한 수집가들의 배팅이었지만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한 5만원권도 몸값을 톡톡히 했다.

1년간 한은을 빠져나간 돈과 돌아온 돈의 비율인 회수율은 발행 첫해인 2009년 7.3%,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로 상승하다 2013년 48.6%, 발행 5년차인 2014년 나온 5만원권의 환수율이 2010년 41.4%에서 2014년 25.8%로 낮아졌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후 5만 원권은 현금 부자들이 자기 집 금고나 은행 대여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풀려 들지 않는다며 ‘지하경제의 기축통화’로 지탄받아왔다. 음성적인 금융거래와 지하경제의 확대가 심히 우려된다고도 했다.

5만원권이 범죄수단에 악용되거나 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로 유입사례도 자주 발생했다. 따라서 검은돈 거래와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욕망만 부풀려 놓은 꼴이라며 5만원권의 디자인을 바꾸자, 대여금고 관련법을 정비하자는 등 뒤늦게 말들도 많았었다. 5만원권이 23일로 발행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우여곡절은 거쳤지만 어느새 다른 권종을 누르고 가장 많은 발행량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돌고 도는 게 돈’이란 말처럼.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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