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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집배원의 분노(憤怒)

지난해 8월, 뉴욕 맨해튼에서 22년간 우편집배원으로 일해온 재미 교포 최일수씨의 사연이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는 정년퇴직에 앞서 “이민을 온 이후 나는 이 나라에서 많은 축복을 받았고, 여러분의 우편집배원으로 일하며 사랑과 존경, 감사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인종과 문화, 종교는 다르지만, 여러분을 만나며 내 삶이 풍요로워졌다. 당신들의 삶도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고별편지를 일일이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 뉴욕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고 해서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씨가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한 이 고별편지가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 미국, 특히 이민자가 많은 뉴욕에서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주민들에게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던 최씨의 긍지, 일에 대한 자부심과 근무여건의 만족 때문에 가능했다. 더불어 새삼 우리 집배원들의 현실이 오버랩 된다.

사실 집배원이 전하는 편지엔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애인에게, 부모에게, 친구에게, 스승에게 심지어 미워하는 사람에게 까지. 살아가는 숱한 이야기와 애환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야망, 눈물과 사랑이 스며있던 편지를 받으면 늘 간절하고 애틋했다. 그리고 모두가 집배원이 있어 가능 했다. 따라서 집배원은 기쁨, 슬픔, 아픔, 그리움, 희망의 메신저로 통했다. 주소가 가리키는 대로 골목을 뒤지고 들길, 산길을 걸어 지상의 단 한 사람에게 다가가 단 하나뿐인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집배원의 역할도 많이 변했다. 한 해에 50억통이 넘는 우편물을 전달하면서 10억개가 넘는 택배물량을 나른다. 가죽 행랑과 자전거가 오토바이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시골 집배원은 하루 70~120㎞를 돈다. 덕분에 편지의 사연만큼 그들의 애환도 쌓여갔다. 열악한 근무환경, 격무에 시달리다 숨지는 집배원이 해마다 늘어나는 현실. 급기야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된 이후 130여년 만에 처음 그들이 파업을 결의했다. 원만한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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